2017년 11월, 1兆 국고채 조기상환 하루前 전격취소…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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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前 기재부 사무관 폭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 필요없다"
실무진, 김동연에 보고했지만 '최대 한도로 발행' 金 지시에
예정된 국고채 조기상환 취소
결국 적자국채 발행 안했지만 "대통령에 이미 보고한 사항"
靑, 기재부에 강행 압박하기도
"적자국채 추가 발행 필요없다"
실무진, 김동연에 보고했지만 '최대 한도로 발행' 金 지시에
예정된 국고채 조기상환 취소
결국 적자국채 발행 안했지만 "대통령에 이미 보고한 사항"
靑, 기재부에 강행 압박하기도
2017년 11월14일 오후 3시20분 정부 국고채 발행을 대행하는 한국은행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문이 하나 떴다. 바로 다음 날 예정됐던 1조원 규모의 국고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로 단 한 줄 적혀 있었다. 한 달 전에 공고한 바이백을 불과 예정일 하루 전, 그것도 채권시장 마감 10분 전에 취소하는 전례 없는 사태였다. 공고문에 ‘자세한 사항은 기재부 국채과에 문의하라’고 돼 있었지만, 막상 놀란 투자자들이 문의해도 기재부 담당자들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공고 후 3시30분 채권시장 마감까지 불과 10분 사이에 3년물 국고채와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각각 0.01%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의무적으로 바이백에 응해야 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프라이머리딜러)들은 시장에서 매집한 국고채를 그대로 떠안은 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냈다.
당시 기재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이 사태의 전말을 폭로하면서 ‘그날의 진실’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30일 모교인 고려대의 학생게시판 ‘고파스’에 올린 글에 따르면 당시 사태는 정부가 무리하게 적자국채를 발행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려다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권 교체 당해연도에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 채무비율을 높게 가져가려고 했던 청와대가 있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정부는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신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의 문책과 정부에 대한 대규모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연-실무진, 적자국채 놓고 갈등
신씨에 따르면 2017년 11월 바이백 취소 결정이 있기 직전까지 기재부 국고채 담당 실무진과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적자국채 발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기재부는 상반기까지 적자국채를 발행한도 28조7000억원 중 20조원 규모까지 발행했다. 하반기에는 8조70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재부 국채과는 6월 말에 세입 초과를 당초 예상보다 5조원 많은 15조원으로 추산했다. 세입 초과가 급증하는 만큼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필요없다는 것이 실무진의 결론이었다.
8조7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발행한다면 불필요한 이자비용만 연간 2000억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봤다. 실무진은 10월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겠다”고 당시 김용진 기재부 2차관에게 보고했고, 김 차관도 이를 수용했다. 이와 별개로 같은 달 국고채 매입 계획에 따라 11월15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 바이백 계획이 공고됐다.
실무진은 세입 초과 전망을 더 다듬어 11월14일 김 부총리에게 같은 내용의 국고채 발행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며 적자국채를 최대 한도로 발행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이다. “정권 말 재정 부담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둬야 하는 데다 정권이 교체된 2017년에 국채 발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 (향후 채무 비율이 늘 경우) 정권 내내 부담이 된다”는 게 김 부총리가 내세운 적자국채 발행의 근거였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급히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려다 보니 재원을 가능한 한 다 끌어모아야 했다. 이 때문에 다음날인 15일에 예정돼 있던 1조원 규모 국고채 바이백을 급히 취소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실무진은 이후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막판까지 김 부총리를 설득해 결국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다시 청와대가 나서 계획대로 적자국채를 발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채 발행에 개입할 권한 있어”
금융투자업계는 정권 이해관계에 따른 국고채 물량 통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한국 채권시장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결정 과정에 개입 한 것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 개입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는 그런 권한이 있다”며 “여러 재정정책 수단으로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며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기재부는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적자국채 발행 여부와 관련해 세수여건,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기재부 내부는 물론 관계기관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치열한 논의 및 토론이 있었다”며 “최종적인 논의 결과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도원/이태호/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공고 후 3시30분 채권시장 마감까지 불과 10분 사이에 3년물 국고채와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각각 0.01%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의무적으로 바이백에 응해야 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프라이머리딜러)들은 시장에서 매집한 국고채를 그대로 떠안은 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냈다.
당시 기재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공무원이 사태의 전말을 폭로하면서 ‘그날의 진실’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30일 모교인 고려대의 학생게시판 ‘고파스’에 올린 글에 따르면 당시 사태는 정부가 무리하게 적자국채를 발행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려다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정권 교체 당해연도에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 채무비율을 높게 가져가려고 했던 청와대가 있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정부는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신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의 문책과 정부에 대한 대규모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연-실무진, 적자국채 놓고 갈등
신씨에 따르면 2017년 11월 바이백 취소 결정이 있기 직전까지 기재부 국고채 담당 실무진과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적자국채 발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기재부는 상반기까지 적자국채를 발행한도 28조7000억원 중 20조원 규모까지 발행했다. 하반기에는 8조70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재부 국채과는 6월 말에 세입 초과를 당초 예상보다 5조원 많은 15조원으로 추산했다. 세입 초과가 급증하는 만큼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필요없다는 것이 실무진의 결론이었다.
8조7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발행한다면 불필요한 이자비용만 연간 2000억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봤다. 실무진은 10월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겠다”고 당시 김용진 기재부 2차관에게 보고했고, 김 차관도 이를 수용했다. 이와 별개로 같은 달 국고채 매입 계획에 따라 11월15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 바이백 계획이 공고됐다.
실무진은 세입 초과 전망을 더 다듬어 11월14일 김 부총리에게 같은 내용의 국고채 발행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며 적자국채를 최대 한도로 발행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이다. “정권 말 재정 부담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둬야 하는 데다 정권이 교체된 2017년에 국채 발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 (향후 채무 비율이 늘 경우) 정권 내내 부담이 된다”는 게 김 부총리가 내세운 적자국채 발행의 근거였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급히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려다 보니 재원을 가능한 한 다 끌어모아야 했다. 이 때문에 다음날인 15일에 예정돼 있던 1조원 규모 국고채 바이백을 급히 취소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실무진은 이후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막판까지 김 부총리를 설득해 결국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다시 청와대가 나서 계획대로 적자국채를 발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채 발행에 개입할 권한 있어”
금융투자업계는 정권 이해관계에 따른 국고채 물량 통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한국 채권시장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결정 과정에 개입 한 것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 개입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는 그런 권한이 있다”며 “여러 재정정책 수단으로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며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기재부는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적자국채 발행 여부와 관련해 세수여건,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기재부 내부는 물론 관계기관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치열한 논의 및 토론이 있었다”며 “최종적인 논의 결과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도원/이태호/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