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 "문재인 정부, 경제를 이념의 인질로 삼는 행위 위험…국민들 돌아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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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9 한경 신년 인터뷰
47년생 돼지띠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니 누가 기업에 투자하고 땀 흘리겠나
믿음 보여주는 것만큼 최고 좋은 국가정책 없어
한국정치,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만 바꿔
올해 전쟁위협 없애고 北 도발 않는 평화환경 마련을
집권 '3년차 징크스' 피하려면 靑참모 개편·내각 중심으로"
47년생 돼지띠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니 누가 기업에 투자하고 땀 흘리겠나
믿음 보여주는 것만큼 최고 좋은 국가정책 없어
한국정치,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만 바꿔
올해 전쟁위협 없애고 北 도발 않는 평화환경 마련을
집권 '3년차 징크스' 피하려면 靑참모 개편·내각 중심으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47년생(만 72세)이다. 황금돼지의 해라 불리는 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주인공인 돼지띠 가운데서 ‘최고참’급이다. 5선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그는 정치권에서도 원로다.
김 전 의장은 31일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의 비대화와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수 정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집권 3년차’ 성공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권 출범 초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청와대 비서실이 커지고 있다”며 “굉장히 위험스럽고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장관에게 지시나 통보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毒)”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집권 3년차 징크스’를 피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서진은 ‘비(秘)’의 뜻 그대로 있는 듯 없는 듯 숨은 역할을 하는 사람 중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재편하고 내각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지지율이 급락하는) 3년차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018년은 남과 북이 새로운 시대를 연 역사적인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한·미 동맹의 우산을 항상 쓰고 있다 보니 당연히 비를 안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자주국방 태세를 등한시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챙기려했던 자영업자 영세상인, 서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혼란을 지적하며 “경제는 생물인데 이념 지향적으로 (정책을) 끌고 가려고 경제를 인질로 삼았다가는 국민이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평가와 3년차의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5년 단임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전 정부가 하던 정책과 사람들을 ‘싹 쓸어버리는’ 것입니다. 정책이 5년마다 단절되다 보니 비전을 잃고 장기 정책이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집권 3년차에 위기를 피하려면 기본적인 인식과 철학부터 바꿔야 합니다. 정책 결정권과 인사권이 없는 국무위원(장관)의 말을 누가 따를까요. 청와대 참모들을 진짜 ‘비서(secretary)’로 돌리고 총리와 내각이 행정의 중심에 바로 서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율 하락세 속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반등했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는 뜬구름에 불과합니다. 지지율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정부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게 아니라 상대방 자책골로 득점하는 게 한국 정치에는 유난히 많습니다. 한국당은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개발, 새로운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에 힘써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안이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어떤 정권이든 신념과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면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무엇보다 믿음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국가정책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주십시오.
“경제는 생물과 같은데 정부는 이념과 명분에 입각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던 계층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이 아닙니까. 국가주도 경제로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니 이런 풍토에서 누가 땀을 흘리려 할까요.”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재무성 과장을 지낸 관료 출신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고향에 가서 아버지가 하던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더군요. 가업(家業)에 자부심을 느끼는 나라죠. 150년 넘은 식당 같은 건 수두룩해서 언급도 못 하는 축입니다. 우리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승계가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일군 기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 부모의 땀과 교훈을 전수받지 못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제는 1세대 중소기업인의 자녀가 아버지의 대를 잇지 않으려 합니다.”
▶2018년은 한반도 외교안보의 격변의 한 해였습니다.
“2018년은 남과 북이 평화를 일구는 데 첫발을 뗀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그만큼 생각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은 70년 동안 한·미 동맹의 우산 속에 있으면서 너무 안주하다 보니 당연히 비를 안 맞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있는 징조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입니다. 지금 한·미 방위조약 외에 우리 안보를 지킬 장치가 눈을 씻고 봐도 없어보입니다. 경제력은 북한의 40~50배라면서 안보는 오히려 불안해하는 게 현실입니다. 올해 당면과제는 전쟁 위협을 없애고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평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동안 (대북정책은) 너무 큰 산만 바라봤기 때문에 국민 공감을 사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총선을 1년4개월여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한국 정치는 판 자체를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염된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만 교체했습니다. 결국 탁류에 살 수 있는 물고기들만 살아남았죠. 이제는 물갈이만 외칠 것이 아니라 판갈이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10년, 20년간 상·하원의원을 한 정치인이 수두룩합니다. 곧 각 정당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제도를 손질하려 할텐데 이제는 ‘20% 물갈이’ ‘30% 교체’ 등과 같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려면 공천 제도 자체를 검증하려는 노력을 각 당이 해야 합니다.”
▶개헌 논의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봅니까.
“올해야말로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할 적기입니다. 전국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가 없는 데다 여야에서 누가 차기 대권주자가 될지 아직 불명확해서 정략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적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감옥살이를 하거나 그렇지 않은 대통령은 자식들이 감옥에 갔습니다. 유신헌법에 기초한 현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정권 초반에는 모두 대통령만 보고 움직이다가 임기 절반이 넘으면 급격한 레임덕이 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죠.”
▶각 정당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한국 정치의 문제는 곧 정당의 문제입니다. 정당 민주화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별로 얘기를 안 합니다. 국회가 일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정당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 대표,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공천권, 당론, 정치자금 배정 등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론을 딱 정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찬성과 반대할지를 정해주고, 국회 본회의 출석 여부까지 결정하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일하다 중앙당에 찍히면 ‘왕따’가 되고 다음 총선 공천과정에서 퇴출됩니다. 욕심 많고 둔한 ‘공룡 정당’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 김형오 前 국회의장은
언론인 출신 14~18대 국회의원…정계 은퇴 뒤 역사소설가 변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14~18대 국회의원(5선)과 국회의장(18대)을 지낸 정계 원로다.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다 1978년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가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공천으로 부산 영도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정계에서 은퇴한 뒤 작가로 변신해 4년간의 집필 끝에 《술탄과 황제》라는 역사소설을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터키 이스탄불을 7번 방문하고 현지 역사학자 20여 명을 인터뷰하는 작가적 열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등을 펴낸 데 이어 2018년에는 백범일지를 재해석한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펴내 또 한 차례 세간의 화제가 됐다.
■ 약력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1966년 경남고 졸업
△197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75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1975~1978년 동아일보 기자
△1992~2012년 14~18대 국회의원
△2006~2007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7~2008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2008~2010년 국회의장
△2013년~ 부산대 석좌교수
△2015년~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
△2015년~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
△2017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
김 전 의장은 31일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의 비대화와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수 정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집권 3년차’ 성공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권 출범 초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청와대 비서실이 커지고 있다”며 “굉장히 위험스럽고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장관에게 지시나 통보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毒)”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집권 3년차 징크스’를 피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서진은 ‘비(秘)’의 뜻 그대로 있는 듯 없는 듯 숨은 역할을 하는 사람 중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재편하고 내각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지지율이 급락하는) 3년차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018년은 남과 북이 새로운 시대를 연 역사적인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한·미 동맹의 우산을 항상 쓰고 있다 보니 당연히 비를 안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자주국방 태세를 등한시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챙기려했던 자영업자 영세상인, 서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혼란을 지적하며 “경제는 생물인데 이념 지향적으로 (정책을) 끌고 가려고 경제를 인질로 삼았다가는 국민이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 평가와 3년차의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5년 단임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전 정부가 하던 정책과 사람들을 ‘싹 쓸어버리는’ 것입니다. 정책이 5년마다 단절되다 보니 비전을 잃고 장기 정책이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집권 3년차에 위기를 피하려면 기본적인 인식과 철학부터 바꿔야 합니다. 정책 결정권과 인사권이 없는 국무위원(장관)의 말을 누가 따를까요. 청와대 참모들을 진짜 ‘비서(secretary)’로 돌리고 총리와 내각이 행정의 중심에 바로 서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율 하락세 속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반등했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는 뜬구름에 불과합니다. 지지율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정부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게 아니라 상대방 자책골로 득점하는 게 한국 정치에는 유난히 많습니다. 한국당은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개발, 새로운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에 힘써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안이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어떤 정권이든 신념과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면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무엇보다 믿음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국가정책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주십시오.
“경제는 생물과 같은데 정부는 이념과 명분에 입각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던 계층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이 아닙니까. 국가주도 경제로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니 이런 풍토에서 누가 땀을 흘리려 할까요.”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재무성 과장을 지낸 관료 출신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고향에 가서 아버지가 하던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더군요. 가업(家業)에 자부심을 느끼는 나라죠. 150년 넘은 식당 같은 건 수두룩해서 언급도 못 하는 축입니다. 우리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승계가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일군 기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 부모의 땀과 교훈을 전수받지 못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제는 1세대 중소기업인의 자녀가 아버지의 대를 잇지 않으려 합니다.”
▶2018년은 한반도 외교안보의 격변의 한 해였습니다.
“2018년은 남과 북이 평화를 일구는 데 첫발을 뗀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그만큼 생각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은 70년 동안 한·미 동맹의 우산 속에 있으면서 너무 안주하다 보니 당연히 비를 안 맞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있는 징조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입니다. 지금 한·미 방위조약 외에 우리 안보를 지킬 장치가 눈을 씻고 봐도 없어보입니다. 경제력은 북한의 40~50배라면서 안보는 오히려 불안해하는 게 현실입니다. 올해 당면과제는 전쟁 위협을 없애고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평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동안 (대북정책은) 너무 큰 산만 바라봤기 때문에 국민 공감을 사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총선을 1년4개월여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한국 정치는 판 자체를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염된 물은 안 바꾸고 물고기만 교체했습니다. 결국 탁류에 살 수 있는 물고기들만 살아남았죠. 이제는 물갈이만 외칠 것이 아니라 판갈이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10년, 20년간 상·하원의원을 한 정치인이 수두룩합니다. 곧 각 정당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제도를 손질하려 할텐데 이제는 ‘20% 물갈이’ ‘30% 교체’ 등과 같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려면 공천 제도 자체를 검증하려는 노력을 각 당이 해야 합니다.”
▶개헌 논의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봅니까.
“올해야말로 개헌 논의를 다시 시작할 적기입니다. 전국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가 없는 데다 여야에서 누가 차기 대권주자가 될지 아직 불명확해서 정략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적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감옥살이를 하거나 그렇지 않은 대통령은 자식들이 감옥에 갔습니다. 유신헌법에 기초한 현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정권 초반에는 모두 대통령만 보고 움직이다가 임기 절반이 넘으면 급격한 레임덕이 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죠.”
▶각 정당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한국 정치의 문제는 곧 정당의 문제입니다. 정당 민주화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별로 얘기를 안 합니다. 국회가 일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정당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 대표,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공천권, 당론, 정치자금 배정 등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론을 딱 정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찬성과 반대할지를 정해주고, 국회 본회의 출석 여부까지 결정하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일하다 중앙당에 찍히면 ‘왕따’가 되고 다음 총선 공천과정에서 퇴출됩니다. 욕심 많고 둔한 ‘공룡 정당’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 김형오 前 국회의장은
언론인 출신 14~18대 국회의원…정계 은퇴 뒤 역사소설가 변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14~18대 국회의원(5선)과 국회의장(18대)을 지낸 정계 원로다.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다 1978년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가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공천으로 부산 영도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정계에서 은퇴한 뒤 작가로 변신해 4년간의 집필 끝에 《술탄과 황제》라는 역사소설을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터키 이스탄불을 7번 방문하고 현지 역사학자 20여 명을 인터뷰하는 작가적 열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다시쓰는 술탄과 황제》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등을 펴낸 데 이어 2018년에는 백범일지를 재해석한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펴내 또 한 차례 세간의 화제가 됐다.
■ 약력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1966년 경남고 졸업
△197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75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1975~1978년 동아일보 기자
△1992~2012년 14~18대 국회의원
△2006~2007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7~2008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2008~2010년 국회의장
△2013년~ 부산대 석좌교수
△2015년~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
△2015년~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 회장
△2017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