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새해의 재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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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토정비결(土亭秘訣)’이 새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올해 나의 운(運)은 어디에 있고, 우리 집 운세(運勢)는 어떨까.’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맞는 새해, 그래도 편한 게 이 비결서였다. 건강운, 승진운, 사랑운, 재물운까지 다 있다. 덕담을 주되 희망처럼, 경고를 해주되 모나지 않은 표현이 마주하는 이를 편안하게 했다. 토정비결이 한 해의 길흉화복 예언서로 500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한 비결이 이런 데 있을 것이다.
빛처럼 빠른 시대, 손안의 스마트폰에 인류가 쌓아온 정보가 다 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게 내일이다. 새해도 그래서 늘 희망과 걱정이 교차한다. 올해 세대를 아우르는 최대의 공통 관심사는 무엇일까. 여전히 경제문제 아닐까. ‘생활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를 토정비결 식으로 보면 재물운 엿보기일 것이다.
이제는 중의(重義)와 상징, 비약이 넘치는 비결서나 도참서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신문만 봐도 웬만큼은 된다. 실물전문가들 식견을 다양하게 수렴한 ‘2019 재테크 전략’(한경 2018년 12월31일자 A1, 4, 5면) 특집이 그렇다. ‘주식도 채권도 선진국 기업, 국내에서는 채권, 부동산은 서울의 알짜 분양’. 재물운이 펼쳐질 곳을 족집게처럼 찍어준다. 많든 적든 노후자금 결혼자금 내집마련저축금 등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 토정비결보다는 한경 기획에 눈길을 돌리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나라밖 상황도 입체적으로 파악해보고 싶다면 《2019 세계경제 대전망》(이코노미스트 지음, 한경BP) 같은 현대판 단기 예언서도 있다.
‘최악 경기전망’ ‘주력산업까지 퇴조 속 최저임금 쇼크’ 같은 굵은 헤드라인이 연일 이어지는 판에 재테크가 다 뭐냐는 짜증이나 분노도 나올 만하다. 희망은커녕 “벼랑에 선듯 새해가 두렵다”는 자영사업자들 절규를 보면 신년 덕담의 ‘재물운 타령’조차 조심스럽기만 하다.
구렁이 알 같은 중산층의 저축금 얼마라도 투자할 데가 없다면 정부부터 크게 반성해야 한다. 성장이 안 되니 투자할 데가 없고, 국내 기업을 어렵게 만드니 해외로 눈이 가고, 실물경제를 옥죄니 부동산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책의 방향을 엉뚱한 데로 돌리고, ‘계기비행’ 대신 ‘시계비행’에 의존하게끔 불확실성을 키운 것도 정부다. 그 결과 빈익빈(貧益貧), 각자도생의 험한 시대가 됐다.
구중심처 탁상 행정가들에게 들려주고픈 게 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성장률을 3%만 달성해도 한계선상의 영세사업자들은 대개 ‘자기 덕’ ‘본인 업종 덕’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2%대 저성장에서는 누구든 사업부진을 ‘정부 탓’이라고 돌리게끔 돼 있다. 울고 싶은데 정부가 뺨을 때려준 격이다. 서민 중산층의 재물운이 아직도 정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게 유감이다.
huhws@hankyung.com
빛처럼 빠른 시대, 손안의 스마트폰에 인류가 쌓아온 정보가 다 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게 내일이다. 새해도 그래서 늘 희망과 걱정이 교차한다. 올해 세대를 아우르는 최대의 공통 관심사는 무엇일까. 여전히 경제문제 아닐까. ‘생활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를 토정비결 식으로 보면 재물운 엿보기일 것이다.
이제는 중의(重義)와 상징, 비약이 넘치는 비결서나 도참서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신문만 봐도 웬만큼은 된다. 실물전문가들 식견을 다양하게 수렴한 ‘2019 재테크 전략’(한경 2018년 12월31일자 A1, 4, 5면) 특집이 그렇다. ‘주식도 채권도 선진국 기업, 국내에서는 채권, 부동산은 서울의 알짜 분양’. 재물운이 펼쳐질 곳을 족집게처럼 찍어준다. 많든 적든 노후자금 결혼자금 내집마련저축금 등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 토정비결보다는 한경 기획에 눈길을 돌리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나라밖 상황도 입체적으로 파악해보고 싶다면 《2019 세계경제 대전망》(이코노미스트 지음, 한경BP) 같은 현대판 단기 예언서도 있다.
‘최악 경기전망’ ‘주력산업까지 퇴조 속 최저임금 쇼크’ 같은 굵은 헤드라인이 연일 이어지는 판에 재테크가 다 뭐냐는 짜증이나 분노도 나올 만하다. 희망은커녕 “벼랑에 선듯 새해가 두렵다”는 자영사업자들 절규를 보면 신년 덕담의 ‘재물운 타령’조차 조심스럽기만 하다.
구렁이 알 같은 중산층의 저축금 얼마라도 투자할 데가 없다면 정부부터 크게 반성해야 한다. 성장이 안 되니 투자할 데가 없고, 국내 기업을 어렵게 만드니 해외로 눈이 가고, 실물경제를 옥죄니 부동산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책의 방향을 엉뚱한 데로 돌리고, ‘계기비행’ 대신 ‘시계비행’에 의존하게끔 불확실성을 키운 것도 정부다. 그 결과 빈익빈(貧益貧), 각자도생의 험한 시대가 됐다.
구중심처 탁상 행정가들에게 들려주고픈 게 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성장률을 3%만 달성해도 한계선상의 영세사업자들은 대개 ‘자기 덕’ ‘본인 업종 덕’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2%대 저성장에서는 누구든 사업부진을 ‘정부 탓’이라고 돌리게끔 돼 있다. 울고 싶은데 정부가 뺨을 때려준 격이다. 서민 중산층의 재물운이 아직도 정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게 유감이다.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