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와 인사하는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와 인사하는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 (사진=연합뉴스)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오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러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의혹을 추궁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는 시작 전 자유한국당의 파상 공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운영위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각종 의혹과 관련해 “김태우 수사관 개인 비리”라고 차단했고 이에 한국당 위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략의 부재와 준비 주족을 여실히 드러냈을 뿐이었다.

12년만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운영위에 불러낸 한국당은 당내 특감반 진상조사단 의원 전원을 운영위에 투입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기존 언론보도를 뛰어넘은 주장과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심지어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도 '비공개라더니 어디서 난 자료냐'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조 수석과 최 수사관 스폰서 최두영씨와 친분설',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정부여당의 방패를 뚫지는 못했다. 한국당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녹취를 공개했다가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여유 있는 임종석과 조국 (사진=연합뉴스)
여유 있는 임종석과 조국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본 질의 시작 전 50여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 전 수사관의 직속상관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 4명의 출석을 요구한 건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수석과 임 실장 출석으로 합의된 내용이다"라고 말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것이다"라며 "박 비서관이 안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다"라고 반박했다.

임 실장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서는 "무슨 사장을 바꾸고자 하는 일이 진행된 것은 금시초문이다"이라며 "기재부가 검토했던 (사장추천위원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내용이 그렇게 과도했던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정부 압력으로 공직을 관뒀다'는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의 녹취를 공개했지만 임 실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분이다. 퇴임사까지 마쳤다"고 반박했다. 김종민 의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은 분"이라고도 했다.

한국당은 색깔론을 제기했다가 같은 야당의 반발을 자초했다.

전희경 의원은 "(인사청문) 낙마자들을 보면 참여연대, 민변, 전대협 출신 (극렬 좌파)다"며 "진보정권이 모가 진보인가 봤더니 사찰만 진보하고 블랙리스트만 진보했다"고 비꼬았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참여연대, 민변, 전대협 출신을 극렬좌파라고 한 것은 모독이고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윤근 러시아 대사에 대한 질의가 거듭되자 답변시간을 줬고 항의가 이어지자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답변이 되는지 아닌지 알 것 아니냐"며 야당 의원들에게 분통을 터트렸고 이 와중에 조 수석이 화장실이 급해지자 임 실장은 ", 저... 우리 민정수석이 배탈이 나서... 그 사이에 제가 답변을 하겠다"고 대변했다. 하지만 오가는 언쟁 속에 이 말은 묻히고 "화장실을 이따 가라고요?"라고 되묻는 촌극이 벌어졌다.

뒤늦게 화장실 요청을 들은 홍 원내대표는 "화장실 가는 것도 동의를 못하겠느냐"라고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야당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국당은 특감반 의혹 관련 팩트 제시를 못 하고 결국 조국 수석과 임종석 실장의 답변 태도를문제 삼으며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다음은 화장실 요청 관련해 오간 대화. 마이크에 담기지 않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장내가 소란스러운 사이 홍 원내대표와 임실장 어긋난 대화가 쓴웃음을 자아낸다.

[임종석 / 대통령 비서실장]
아니요, 저... 우리 민정수석이 배탈이 나서... 그 사이에 제가 답변을 하겠습니다.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답변을 하십시오.

[조국 / 민정수석]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오겠습니다.

[임종석 / 대통령 비서실장]
아니, 화장실을 좀 갔다 오겠다고요.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 그러면.

[임종석 / 대통령 비서실장]
화장실을 좀 이따 가라고요? 화장실을 좀 잠깐 다녀오실 수 있도록 해 주시면 그 사이에 제가 아까 이만희 위원님이 궁금해 하시는 내용...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화장실 가는 것도 동의를 못 하시겠습니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