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시리아 철군 방침에 대한 반응과 관련해 "트럼프를 제외한 누구라도 내가 시리아서 한 일을 했다면 국민 영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같이 말하면서 "시리아는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ISIS(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의 옛 이름)가 득실거리는 엉망진창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ISIS는 대부분 가버렸다"며 "우리는 천천히 우리의 군대를 그들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천천히 돌려보내고 있다. 동시에 ISIS 잔당들과도 싸우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리아 및 다른 곳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캠페인을 벌였었다"며 "이제 내가 빠져나오기 시작하니 가짜 뉴스 매체와 내가 하기 전에 그 책무를 해내지 못한 일부 실패한 장군들이 나와, 주효하게 먹히고 있는 내 전술에 대해 불평하길 좋아한다"고 반대론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것을 이행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내가 예측했던 결과보다 훨씬 더 좋다는 점"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했었다. 기억하라!"며 대선 당시 자신의 고립주의 공약을 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과 관련, '천천히'라고 언급한 것은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전언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로 꼽히지만, 시리아 철군엔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에서 모든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는 계획을 늦추는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국방부도 지난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시리아 철군과 관련, "시리아 내 연합군 작전에 대한 미국의 다음 지원 단계는 '신중하고 세심히 계획됐으며 상호 보완적이며 아주 조심스러운 병력의 철수'"라며 '질서 있는 철군'을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내년 1월 2일 퇴임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인터뷰를 실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보도가 이뤄진 다음 날 나온 것이기도 하다.

켈리 비서실장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며 충동적인 좌충우돌 스타일의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느낀 고충과 소회 등을 풀어냈다.

LA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결정, 아프간 미군 감축 뉴스가 나온 시점이 켈리 비서실장의 퇴임이 확정된 직후라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제어판 역할을 할 인물이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이 두 가지 모두 켈리 실장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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