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9 다시 뛰는 기업들] 정유, 유가 하락에 우울…'선박용 연료 규제'는 긍정적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정유업계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배럴당 84달러까지 올랐지만 연말에는 5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최근 유가 하락세는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 정지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고평가 손실은 국내 정유사의 원유 구입 시점과 정유 제품 판매 시점의 가격 차이로 발생하는 장부상 손실이다. 구입 당시보다 유가가 오르면 이익이지만 이번처럼 급락세에선 손실을 기록한다.

업계에선 올해도 공급 확대로 인한 수익률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 중동, 중국에서 하루 170만 배럴의 정제설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을 뺀 금액인 정제마진 하락도 정유사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도입하기로 한 ‘선박용 연료 황 함량 규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 IMO는 2015년 1월부터 각국 연안에 설정된 배출통제구역(ECA) 운항 중 황산화물 배출량을 0.1%로 제한했으며 2020년부터는 ECA 외 지역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도록 했다. 이에 선박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 사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정제시설에 탈황설비를 추가하면서 선박용 연료 수요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다.

SK에너지는 2020년까지 울산공장에 1조원을 투입해 고유황 중질유를 저유황 연료유로 걸러내는 탈황설비를 지을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를 지난해 완공해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 시행 초기부터 저유황 연료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정제 마진을 회복해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