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9 다시 뛰는 기업들] 지난해 인수금융 15조7340억…사상 최대치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 자금을 대는 국내 인수금융 시장 규모가 2018년 15조734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12조9194억원)에 비해 21% 커졌다. ADT캡스, SK해운(사진) 등 조(兆) 단위의 대형 M&A가 많았고, 금리 인상을 앞둔 가운데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대거 기존 M&A에 대한 리파이낸싱(차입금 재조달)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인수금융 실적 상위를 미래에셋대우(1위), NH투자증권(2위), 한국투자증권(3위) 등 증권사들이 ‘싹쓸이’한 것도 특징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의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8년 신규 M&A를 위한 인수금융 규모는 7조2658억원(31건)으로 전체의 47.2%였다.

SK텔레콤-맥쿼리 컨소시엄의 ADT캡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가장 큰 규모의 인수금융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인수금액 2조9700억원 중 1조9000억원을 조달했다. 가장 많은 7551억원을 책임진 KB증권을 비롯해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우리은행 등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수가 45개에 달했다.
[도전 2019 다시 뛰는 기업들] 지난해 인수금융 15조7340억…사상 최대치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85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다. NH투자증권(5500억원)을 비롯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이 자금조달을 주관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LS오토모티브 및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 인수금융 거래(7180억원)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맡았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위해 6000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M&A에 대한 리파이낸싱은 45건, 8조4682억원으로 전체의 53.8%에 달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최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진행한 자금 재조달이 가장 규모가 컸다. 총 1조1500억원을 미래에셋대우와 국민은행, 삼성증권 등이 주선했다. 인수금융 주관단 수와 투자에 참여한 기관 수(15개)도 많았다. MBK파트너스는 또 2016년 인수한 두산공작기계 실적이 개선되자 배당재원 마련을 위해 1조원을 새로 빌려 차입구조를 바꿨다.

업체별로는 2017년 종합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에도 1위를 지켰다. 14건, 2조2108억원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렌지라이프,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등 대형 리파이낸싱 대부분에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2위는 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실적은 8건, 1조6115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해운 인수금융(5500억원)을 비롯해 박현종 BHC 회장 컨소시엄의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FSA) M&A 인수금융(3200억원) 등 지난해 12월 막판에 실적을 끌어올렸다. 3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은 16건, 1조4392억원을 기록했다. CJ헬스케어, ADT캡스 등 대형 M&A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4~6위를 차지한 우리은행, KB증권, 신한은행이 각각 1조1910억원(15건), 1조646억원(5건), 1조120억원(9건)의 실적을 기록하며 모두 1조원을 넘겼다. 국민은행, 삼성증권,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가 7~10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11위)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국내 유일의 인수금융 주관사로 나섰다. 이 건으로만 5611억원의 실적을 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금리가 올라가기 전후 대형 리파이낸싱이 인수금융 시장 외형을 키웠다”며 “향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