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년이상 美전략무기 출동없어…올해도 대규모연합기동훈련없이 소규모로
"적대관계 해소 조선반도 전역확대", "군사합의서는 불가침선언" 표현도 주목
전문가 "연내 서해 NLL주변 평화수역 조성하자는 北요구 읽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무기 전개 중지를 요구해 한미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군사합의서 체결 등으로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로 한 이상 정세를 긴장시키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무기 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 중지를 요구한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그 요구가 상당부분 관철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년사라는 중요한 메시지 발표 계기에 요구했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특히 남북 군사합의서가 적극적으로 이행되고 있고, 북미 비핵화 교착 국면에서 나온 주장이라 한미 군 당국도 북측의 의도를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軍 "긴장원인은 北 핵무기 개발"…한미훈련을 '긴장 근원'으로 표현한데 이견 = 군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계속해왔던 일반적인 메시지"로 해석하면서도 한반도 정세의 전체적 국면에서 보면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중지와 관련해 '완전히'라고 강조한 대목은 "상황에 따라 전개와 중지를 반복하지 말고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여년간 한반도 긴장의 주된 원인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인 데도 마치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가 긴장의 근원인 듯 주장한 것은 그간 해온 북한의 일관적인 메시지라고 분석하는 군 관계자들도 있다.

미군 측의 분위기도 우리 군 관계자들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남북군사합의서를 연합훈련 중지와 미국 전략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명분으로 삼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핵무기 신고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는 명분과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한미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지 요구는 사실상 관철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김 위원장의 강조 배경은 관심을 모은다.

미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견인을 위해 2017년 11월 이후 전략폭격기 등 주요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고 있다.

전략무기를 동원한 미국의 훈련은 1년 이상 한반도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한미는 작년 4월 실시한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때도 B-52 폭격기 2대를 동원하려다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해 취소하기도 했다.

작년에 일부 대규모 연합훈련이 유예됐고, 올해도 유예 또는 축소 시행이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매년 4월 대규모로 시행했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은 참가 병력과 장비 규모를 조정해 연중 실시하는 쪽으로 미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군 일각에서는 사실상 매년 4월 실시되는 독수리(FE)연습의 명칭 뿐 아니라 그런 대규모 기동훈련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한미는 훈련 규모를 축소해 대대급 이하 정도의 소규모 야외기동훈련을 연중 실시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

앞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등 대형 한미 연합훈련이 작년에 중지 또는 연기됐다.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이후 그해 8월 예정됐던 UFG연습도 시행되지 않았다.

한미 해병대의 KMEP는 작년 19회가 예정됐으나 11회만 시행됐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작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실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 훈련은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되는데 작년 12월에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에는 큰 위협이 된다.

우리 군은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신해 공군 단독으로 작년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참가 전력은 동일한 훈련 규모와 비교할 때 대폭 조정됐다.

한미 전투비행대대 전술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쌍매훈련(Buddy Wing)도 한 달 미뤄졌다가 결국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군사합의서 불가침선언" "적대관계 해소 조선반도 전역에로" 표현 주목 = 군 관계자들은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중에서 9·19 군사합의서를 불가침선언으로 평가하고, 군사적 적대관계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해나가자고 한 대목에 유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는 북남사이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써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군사합의서 등을 불가침선언으로 표현한 것은 북한도 이 합의서 등의 이행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올해에도 군사 분야에 대한 실천적인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대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군사합의서가 접적 지역에 국한되어 시행된 한계를 넘어서 한반도 전역으로 적대관계 해소 방안을 마련하자는 뜻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가 접적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실천적 조치에는 적대행위 중지 뿐 아니라 운용적 군비통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초보적인 군사신뢰 구축보다 진전된 단계를 말한다.

통상 군사적인 신뢰구축은 초보적 군사 신뢰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초보적 신뢰구축은 군사 당국간 직통전화 설치,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호훈련 중지 및 통보 등이며, 운용적 군비통제는 DMZ 내 GP 공동철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진전된 신뢰 조치로 진입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병력 감축,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 무기 감축 등 구조적인 군비통제 단계로 이행된다.

남북은 군사합의서 제1조 1항에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이런 군비통제 방안을 협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놨다.

군사공동위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도 협의하게 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실천적 조치'들은 이런 의제들을 올해 세부적으로 논의해 결과를 도출하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직 관료 출신의 대북 전문가는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으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는 신년사 내용에 대해 특히 "NLL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이 올해는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신년사에는 남쪽을 향해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내용이 일절 들어있지 않다"면서 "북측이 상당히 자제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