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팔달구와 용인시 수지·기흥구가 대출, 양도세 등의 규제를 강하게 받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되면서 일대 아파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값이 떨어졌는데도 같은 행정구역에 묶여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거나, 거꾸로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작 가격이 오른 아파트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행정구역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실제 시장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조정지역 수원·용인 '휘청'…"거래절벽 심화"
용인 기흥·수지구 ‘거래절벽’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28일 용인시 수지·기흥구와 수원시 팔달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국토부는 교통 호재와 개발 호재가 겹쳐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어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높아지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용인 기흥구와 수지구 일대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역이 생기는 구성역 주변과 새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선 기흥역 주변만 상승했을 뿐 상하동, 동백동, 중동 등 기흥구 대부분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는 중이다.

상하동의 J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7, 8월 다른 동네 집값 뛰는 거 손가락만 빨고 구경하다가 갑자기 같이 묶여서 두들겨 맞는 격”이라며 “주민들이 찾아와서 이게 무슨 경우냐고 한탄하고 갔다”고 전했다.

거래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백동의 O공인 관계자는 “12월에 거래한 거라곤 전세 계약 딱 하나”라며 “그나마 나온 매물마저 국토부 발표 이후 이제 양도세가 중과된다니까 집주인들이 바로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비규제지역 가운데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수지구도 광교동, 상현동, 풍덕천동 등을 제외하고는 상승세가 더뎠다. 죽전동 K공인 관계자는 “죽전동은 아파트값 상승은커녕 거래도 거의 없었다”며 “국토부는 현장을 보고 정책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길 하나 차이로 조정대상지역 엇갈려

수원 일대는 경계선이 작은 도로, 단지 사이로 나뉜 팔달구와 장안구, 영통구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분양 후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 중인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분양 성공 이후 주변 지역의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음에도 도로 하나 차이로 장안구에 속해 규제를 피했다.

반면 이 단지의 영향을 받아 5000만~1억원 상승한 팔달구 화서 주공 3~5단지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같은 팔달구의 권선로에 들어선 ‘대한대우푸르지오’도 조정대상지역에 속해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6000만원가량 올랐다.

대한대우푸르지오 건너편에 있는 권선구 세류동의 ‘LH수원센트럴타운 1~3단지’와 권선구 서둔동의 ‘수원역 센트라우스’ 아파트는 지난해 평균 1억원 이상 아파트값이 뛰었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됐다. 이들 아파트는 지하철 1호선 수원역과 가깝고 지난해 초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3000만~5000만원에 불과해 갭(gap) 투자자가 선호했던 단지이기도 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생활권역과 자치구의 행정구역이 다르다 보니 정부가 지정하는 조정대상지역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주비 대출 타격…‘웃돈’ 급락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된 재개발지역에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팔달구에도 최근 재개발 매물이 쏟아졌다. 팔달10구역에서는 전용면적 59㎡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이 급매 8000만원에 거래됐다. 감정평가금액은 2000만원이지만 한때 웃돈이 1억2000만원가량 붙어 1억4000만원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인계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은 이주비 대출 승계 시 무주택자나 1주택 처분 조건의 유주택자만 승계가 가능해졌다”며 “팔달10구역도 이주비 대출에 제약이 걸리면서 재개발 매물의 프리미엄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윤아영/구민기/이주현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