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게도 악플이" 교수들 벌벌 떠는 '평가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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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댓글에 '일희일비'
실력 있는 지도교수 누구지?
대학원 진학생들 관심 높아
"연구실보다 TV서 자주 본다" 등
악플 달린 일부 교수들 항의도
SCI급 논문 등 대학간 비교도
'연구실의 왕' 교수들에겐 충격
실력 있는 지도교수 누구지?
대학원 진학생들 관심 높아
"연구실보다 TV서 자주 본다" 등
악플 달린 일부 교수들 항의도
SCI급 논문 등 대학간 비교도
'연구실의 왕' 교수들에겐 충격
“대학원생들이 교수를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던데….”
서울의 한 공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최근 지도교수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 그는 “교수가 ‘올해 우리 연구실에 들어오겠다는 학생이 유난히 적은 게 그 사이트에 악플이 많기 때문 아니냐’며 눈치를 줘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잘 챙겨주신다’는 평을 남겼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 실험실 가면 개고생합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전기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교수 평가사이트 ‘김박사넷’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박사넷’은 2018년 1월 서울대 공학 대학원 졸업생 두 명이 개설한 교수 평가사이트다. 각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 논문 피인용 수, 해당 교수 연구실 박사입학 후 졸업까지 소요된 평균 학기 수, 석사입학생 중 몇 명이 박사까지 이수했는지 등 정량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 대학 메일주소로 인증을 거치면 정성평가도 남길 수 있다.
김박사넷 운영을 위해 변리사 일을 쉬고 있다는 유일혁 대표는 “석·박사과정은 이후 진로에 결정적인데도 ‘풍문’에 의존해 지도교수를 택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예비 대학원생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동시에 교수들에게 가감없는 피드백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평가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 “고소하겠다”며 메일, 전화로 항의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일부 교수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알쓸신잡’ 등 방송에 자주 출연해 이름을 알린 정재승 KAIST 교수에 대해서는 “연구실보다 TV에서 더 자주 본다”는 평과 “아이디어가 넘치고 자상하게 지도해주는 편”이라는 평이 갈린다.
교수들 “모이면 김박사넷 얘기만 해”
김박사넷은 최근에는 ‘라이벌 구도’까지 추가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두 대학의 동일 전공 실적을 나란히 비교해볼 수 있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컨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KAIST 기계항공공학부 모든 교수의 평균 논문 피인용 횟수, 두 대학 각 전공의 박사 졸업생 수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페이지다. 한 사립대 공대 교수는 “교수들끼리 모이면 김박사넷 얘기만 할 정도”라며 “사실상 ‘연구실의 왕’으로 사는 데 익숙한 교수들은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큰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박사넷은 건전한 연구문화, 학술생태계 선순환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연구재단 등과 함께 각 교수의 정부 지원사업비, 인건비 지급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 대표는 “일부 교수에게는 ‘대학원생 인건비를 가로챘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며 “교수가 직접 메일을 보내 댓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 ‘요청에 따라 블락처리한다’고 써놓기도 하지만 정량지표가 공개되면 이 같은 ‘갑질’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서울의 한 공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 최근 지도교수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 그는 “교수가 ‘올해 우리 연구실에 들어오겠다는 학생이 유난히 적은 게 그 사이트에 악플이 많기 때문 아니냐’며 눈치를 줘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잘 챙겨주신다’는 평을 남겼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 실험실 가면 개고생합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전기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교수 평가사이트 ‘김박사넷’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박사넷’은 2018년 1월 서울대 공학 대학원 졸업생 두 명이 개설한 교수 평가사이트다. 각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 논문 피인용 수, 해당 교수 연구실 박사입학 후 졸업까지 소요된 평균 학기 수, 석사입학생 중 몇 명이 박사까지 이수했는지 등 정량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 대학 메일주소로 인증을 거치면 정성평가도 남길 수 있다.
김박사넷 운영을 위해 변리사 일을 쉬고 있다는 유일혁 대표는 “석·박사과정은 이후 진로에 결정적인데도 ‘풍문’에 의존해 지도교수를 택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예비 대학원생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동시에 교수들에게 가감없는 피드백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평가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 “고소하겠다”며 메일, 전화로 항의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일부 교수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알쓸신잡’ 등 방송에 자주 출연해 이름을 알린 정재승 KAIST 교수에 대해서는 “연구실보다 TV에서 더 자주 본다”는 평과 “아이디어가 넘치고 자상하게 지도해주는 편”이라는 평이 갈린다.
교수들 “모이면 김박사넷 얘기만 해”
김박사넷은 최근에는 ‘라이벌 구도’까지 추가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두 대학의 동일 전공 실적을 나란히 비교해볼 수 있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컨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KAIST 기계항공공학부 모든 교수의 평균 논문 피인용 횟수, 두 대학 각 전공의 박사 졸업생 수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페이지다. 한 사립대 공대 교수는 “교수들끼리 모이면 김박사넷 얘기만 할 정도”라며 “사실상 ‘연구실의 왕’으로 사는 데 익숙한 교수들은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큰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박사넷은 건전한 연구문화, 학술생태계 선순환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연구재단 등과 함께 각 교수의 정부 지원사업비, 인건비 지급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 대표는 “일부 교수에게는 ‘대학원생 인건비를 가로챘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며 “교수가 직접 메일을 보내 댓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면 ‘요청에 따라 블락처리한다’고 써놓기도 하지만 정량지표가 공개되면 이 같은 ‘갑질’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