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18년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작년 우리 수출이 역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품목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웠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간으로는 수치가 늘어났지만 추세를 보면 확연히 둔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주력 업종들 부진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그동안 수출 호조를 이끌어온 반도체 경기마저 식어가는 기미가 뚜렷하다. 새해엔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 위험 요소까지 더해져 수출 증가세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 버팀목' 수출 급속 둔화…작년 반도체 빼면 0%대 증가 그쳐
수출 주력 업종 부진 심해져

산업부는 이날 2018년 연간 수출액이 6054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 증가율(15.8%)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반도체 착시 효과’를 걷어내면 더 초라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7개 품목 수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탓이다. 수출 감소 품목이 2017년(4개)보다 3개나 늘었다.

자동차 수출은 409억달러로, 전년보다 1.9% 줄었다. 유럽과 일본 자동차 경쟁력은 여전하고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조선은 2016~2017년 선박 수주가 급감했던 여파로 수출이 49.6% 줄었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9.9% 감소했다. 수출 주력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 상당부분 뺏긴 게 컸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추격이 거센 데다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수출이 22.6% 감소했다. 이 밖에 가전(-18.3%), 철강(-0.6%), 차부품(-0.1%) 등의 수출도 줄었다.

반도체, 월 수출 2년3개월 만에 마이너스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불안한 모습이다. 반도체 수출은 2017년 57.4%에 이어 작년에도 29.4%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흐름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수출 증가율이 40~50%를 넘나들었으나 9월 28.3%, 11월 11.6%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엔 -8.3%를 기록했다. 반도체 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6년 9월(-2.6%) 이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초호황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데이터센터 규모를 확대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가 줄면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D램(DDR4 8기가바이트 기준) 가격은 2017년 12월 9.7달러에서 작년 12월 6.8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수출 마이너스 기록할 수도”

올해는 수출 증가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세계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 3.7%에서 올해 3.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 둔화는 수출에 치명타가 될 요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 하강은 올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21억달러에서 올해 1205억달러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수출 증가율이 3.1%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수출이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가 약해진 데다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하강 등의 위험 요인까지 겹쳐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