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임원 운전기사를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협력업체 소속 파견직 운전기사를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고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는 신규 전무 승진자에게 원칙적으로 전용 운전기사를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외 활동이 많은 일부 임원에게만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에게는 업무 효율 등을 감안해 본인이 원할 경우 전용 기사를 배정했다.

삼성전자가 신규 전무 승진자에게 전용 운전기사를 주지 않기로 한 만큼 몇 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부사장급 이상만 전용 기사를 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용 기사 배치 직급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 등 일부 계열사는 이에 더해 기존 전무급 임원에게 배치된 기사까지 없애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가 운전을 하되 업무상 필요할 경우 공용 운전기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각 계열사가 임원 운전기사 400여 명을 직접 고용키로 한 데 따른 예정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60세 정년 보장, 4대 보험 및 학자금 혜택 등 정규직에 버금가는 지원을 받는 운전기사를 마냥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파견근로 계약 기간 2년이 만료된 기사들부터 순차적으로 ‘삼성맨’으로 직접 채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견업체로부터 기사를 공급받을 때와 달리 이제는 정년 때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삼성이 운전기사에 대한 ‘정원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며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긴축 경영 필요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