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정무적 판단 강요…나도 촛불 들었지만 바뀐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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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이 본 '공무원사회 민낯'
공무원의 사명은 정권 재창출?
중요 사안 부처 아닌 靑이 결정
이럴거면 부총리·장관 왜 두나
공무원의 사명은 정권 재창출?
중요 사안 부처 아닌 靑이 결정
이럴거면 부총리·장관 왜 두나
“정권 유지에 기여하는 게 고위공무원이 지녀야 하는 정무적 판단 능력인가. 공무원은 정권 재창출을 사명으로 일해야 하나. 열심히 일해도 달 수 있을지 모르는 1급 공무원이 되면 해야 하는 정무적 판단이 이런 것인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사진)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개입했고,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을 강압적으로 지시했다는 전직 기재부 사무관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시학원 강사로 나가기 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그가 제기한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에는 현직 공무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와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에서 폭로 배경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당시 촛불시위에 나갔다고 고백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로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바뀐 정부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실망감이 컸다고 썼다. “청와대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하고 기재부는 그에 맞춰 실행계획을 마련한 것은 이전 정부와 다를 게 없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국민보다 정권을 우선시하는 ‘정무적 판단’도 이전 정부와 같았다고 신 전 사무관은 서술했다. 그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시 재정차관보를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며 심하게 혼내고 국채 발행을 늘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실무진 반대로 국채 발행은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전 부총리 주장대로 국채를 발행했다면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이자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실무를 담당하는 부처를 ‘패싱’하고 청와대에서 모든 결정이 이뤄지는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 했지만 가로막혔고, 주요 결정은 모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내려졌다”며 “이럴 거면 부총리와 장관은 왜 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재부 재직 시절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정의감이 넘쳤다”는 평가가 많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평소 일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열정이 넘쳤다”며 “윗사람들의 평이 좋았고 작은 사고를 낸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문서 유출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발표에 대다수 사무관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평소 신 전 사무관과 자주 만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참 순수한 사람”이라며 “인터넷 강사로 성공하기 위해 폭로했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개입했고,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을 강압적으로 지시했다는 전직 기재부 사무관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시학원 강사로 나가기 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그가 제기한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에는 현직 공무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와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에서 폭로 배경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공무원 사회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당시 촛불시위에 나갔다고 고백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로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바뀐 정부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실망감이 컸다고 썼다. “청와대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하고 기재부는 그에 맞춰 실행계획을 마련한 것은 이전 정부와 다를 게 없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국민보다 정권을 우선시하는 ‘정무적 판단’도 이전 정부와 같았다고 신 전 사무관은 서술했다. 그는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시 재정차관보를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며 심하게 혼내고 국채 발행을 늘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실무진 반대로 국채 발행은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전 부총리 주장대로 국채를 발행했다면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이자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실무를 담당하는 부처를 ‘패싱’하고 청와대에서 모든 결정이 이뤄지는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 했지만 가로막혔고, 주요 결정은 모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내려졌다”며 “이럴 거면 부총리와 장관은 왜 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재부 재직 시절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정의감이 넘쳤다”는 평가가 많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평소 일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열정이 넘쳤다”며 “윗사람들의 평이 좋았고 작은 사고를 낸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문서 유출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발표에 대다수 사무관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평소 신 전 사무관과 자주 만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참 순수한 사람”이라며 “인터넷 강사로 성공하기 위해 폭로했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