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제조건·대가 없이 재개용의"…'제재완화' 우회 요구한듯
조명균 "北과 논의시 '제재범위내 할수 있는 일' 같이 모색"
'조건없는'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가능할까…제재가 걸림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해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격'인 두 사업에 앞으로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로 방영된 육성 신년사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 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두 사업의 재개를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이 발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국제 제재를 사실상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언급하면서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 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아 현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와 미국 독자제재 등이 유지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안보리가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섬유수출을 금지하고 북한과 합작을 전면 금지했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모두 2375호 결의가 해제돼야 현실적으로 재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안보리 결의 상의 벌크캐시(대량현금)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지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북측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신년사 특징 분석' 자료에서 "북한은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남측이 유엔과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북측이 앞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중단에 반발해 취했던 몰수·동결 등의 조치를 이날 김 위원장의 언급에 따라 선제적으로 해제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측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인 고(故) 박왕자씨 피격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후 2010년부터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동결, 현대아산 독점권 취소, 재산권 법적 처분 및 남측 관계자 추방 등의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 남측 자산을 활용해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도 했다.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에도 개성공단 내 설비·물자·제품 등 남측의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정부 당국자는 "신변안전과 재산권 등의 부분들이 남북 간에도 (해결)돼야 하고 여건도 마련돼야 하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재개 조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밤 KBS에 출연한 자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앞으로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서 이런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여건 조성을 위한 측면도 함께 논의하고, 현 단계에서 재개를 전제로 제재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일들이 있는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 나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