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신한금융이 2019년에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나란히 ‘리딩금융그룹’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압도적인 금융그룹 1위로서 경쟁자와 초격차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자”고 했고, 조 회장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전진해 가자”고 맞섰다.
KB vs 신한…새해 벽두부터 '리딩금융' 격돌
“협업·쇄신으로 1위 이뤄야”

윤 회장은 신한금융을 겨냥한 듯 2위와의 격차를 벌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시활보(高視闊步·높은 곳을 바라보며 성큼성큼 걷는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국민은행엔 압도적인 1위를, 증권 손해보험 카드계열사 등엔 업계 ‘톱티어’의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등을 꼽고 사업별로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조직, 채널, 인력, 상품 및 서비스 등을 통합한 ‘원(One) 신한’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은행과 비(非)은행,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조화롭게 성장하며 신한금융은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의 면모를 보여왔다”며 “일관된 전략으로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특히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글로벌투자금융(GIB), WM, 고유자산운용(GMS) 등에서 그룹 시너지를 더욱 발휘해야 한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려면 신한의 모든 것을 탈바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M&A가 1위 가를 듯

현재로선 KB금융이 덩치(자산 규모)나 이익 모두 신한금융을 누르고 있어 ‘리딩금융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KB금융이 작년 1~3분기 거둔 순이익은 2조8688억원으로 신한금융(2조6434억원)보다 2254억원 더 많다. 총자산 역시 KB금융이 477조7000억원으로 신한금융(457조7000억원)보다 20조원가량 더 많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작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신한금융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을 단순합산하면 총자산이 490조원으로 KB금융을 넘어선다. 조 회장은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은 업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그룹사와 협업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KB금융이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리딩금융그룹은 신한금융에 넘어갈 것이란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윤 회장은 이 때문에 M&A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국내 M&A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며 “동남아시아와 선진국 시장 ‘투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부문에서도 시장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두 금융그룹의 핵심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각 회장의 ‘리딩뱅크’ 전략을 뒷받침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속 가능한 초격차 KB’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고객 중심의 영업 인프라 강화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초격차 리딩뱅크’를 향해 디지털, 조직문화 등에서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