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은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세 폐지가 글로벌 추세인데…한국은 65%로 OECD '최고'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자녀나 손자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적용하는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할증률 포함)은 한국이 65%로 36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 기준(과세 표준)은 ‘30억원 이상’이다. 기업가치 1000억원 규모 기업을 물려받으면 각종 공제를 제외하더라도 6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5%로 2위에 올랐고 프랑스가 45%, 미국과 영국이 40%로 뒤를 이었다. 독일은 30%에 불과했다.

국제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재산을 물려준 피상속인이 이미 소득세 등 세금을 내고 모은 재산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중과세 논란’ 때문이다. 체코가 2014년, 오스트리아는 2008년 상속세를 없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국도 상속세가 없다.

한국은 오히려 상속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2017년 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할 경우 감면해주는 세액공제율이 작년 7%에서 5%로 하락한 뒤 올해는 3%까지 낮아진다. 상속세율 골격은 20년 전인 1999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인상된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가업을 물려받을 때 각종 공제 등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가업 승계에 대한 상속세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키고 해외 이전 등 조세 회피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적용하면 독일의 상속세 최고세율(직계비속)은 30%에서 4.5%까지 하락한다. 프랑스도 45%에서 11.25%로 떨어진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