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는커녕…상속세 폭탄에 '눈물의 매각'나선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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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9 - 이것만은 꼭 바꾸자
5.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부담 낮추자
"락앤락·쓰리세븐·유니더스 등 탄탄했던 기업
상속세 감당 못하고 사모펀드에 회사 넘겨
상속공제 있어도 조건 까다로워 이용안해
매출 3000억 이상 기업은 대상조차 안돼"
5.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부담 낮추자
"락앤락·쓰리세븐·유니더스 등 탄탄했던 기업
상속세 감당 못하고 사모펀드에 회사 넘겨
상속공제 있어도 조건 까다로워 이용안해
매출 3000억 이상 기업은 대상조차 안돼"
![가업 승계는커녕…상속세 폭탄에 '눈물의 매각'나선 中企](https://img.hankyung.com/photo/201901/AA.18608538.1.jpg)
불경기와 높은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 ‘꿈 못 꿔’
최고 65%에 이르는 높은 상속세율이 ‘백년대계 기업’의 암초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 손톱깎이 시장 1위를 지키던 국내 기업 쓰리세븐은 2008년 창업주 김형주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며 위기에 빠졌다. 가업 승계를 해보려 했지만 상속세 중 일부를 현금으로 마련하지 못해 유족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국내 1위 종자기업 농우바이오 역시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해 회사를 매각했다.
한때 세계 1위, 국내에선 압도적 1위인 콘돔 제조사 유니더스도 지난해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선대로부터 경영권을 받은 김성훈 대표는 50억원 규모 상속세 납부에 부담을 느껴 결국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
수도권 산업단지에 있는 한 제조업체도 최근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금 부담과 장기 전망 불투명 때문에 창업주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매각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주변 중소기업들도 창업주가 70살을 넘기면서 가업 승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창업 10년 이상 된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0%만이 가업 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보다 9.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승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2017년 32.0%에서 지난해 40.4%로 늘었다.
![가업 승계는커녕…상속세 폭탄에 '눈물의 매각'나선 中企](https://img.hankyung.com/photo/201901/AA.18609373.1.jpg)
요건을 채워 공제받아도 고용 조건이 바뀌면 공제받은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기존 고용 인원이 10년 동안 줄어들면 안 된다. 10년 내에 가업용 자산을 20% 이상 매각해도 공제 조건에 어긋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가업 승계 후 일어나는 기업 합병은 물론 조직변경 유상증자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공제제도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6년 기업들이 감면받은 상속세 총액은 735억원이다. 한 해 평균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은 약 60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상속세율이 높은 까닭은 부의 편법 승계를 막으려는 것인데 과거에 비해 기업 재무제표가 많이 투명해졌다”며 “상속세율을 낮추면 기업의 연구개발(R&D) 여력은 물론 일자리 창출 능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