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지난해 4분기보다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1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엔진이 급격히 식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OTRA는 올 1분기 수출선행지수가 전 분기보다 5.5포인트 하락한 52.1로 전망됐다고 2일 발표했다. 1분기 수출 증가세가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수출선행지수는 해외 바이어, 주재 상사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한국의 수출 경기를 예측한 지수다. 50 이상이면 전 분기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50 미만이면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수출마저 꺾이나…"중남미 뺀 모든 지역 둔화 예상"
KOTRA는 중남미를 제외한 모든 수출 지역의 수출선행지수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한 데 주목했다. 중국(49.2)과 일본(49.4)은 전 분기 대비 각각 10.1포인트, 2.0포인트 감소해 기준치인 50 아래로 떨어졌다. 북미(61.1), 유럽(57.0), 독립국가연합(54.8), 아시아·대서양주(54.0)는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전 분기보다 각각 3.0~6.2포인트 하락했다.

이민호 KOTRA 무역기반본부장은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 우려로 북미와 중국 지역 지수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유럽 지역 지수 또한 하락해 주요 수출국 모두 증가율이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효자 수출 품목의 수출선행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도체(46.3)와 가전제품(40.9), 자동차(29.4), 철강(47.3)의 올 1분기 수출선행지수는 모두 기준치(50)를 밑돌았다. 전 분기보다 반도체는 19.6포인트, 가전제품은 39.5포인트, 자동차는 19.5포인트 낮아졌다.

이 본부장은 “작년엔 한국 수출이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달성했으나 올해는 세계 경제 침체로 수출 성장 기조가 약화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에너지 미래차 바이오 헬스 등 유망 신산업으로 수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는 분기당 한국 제품을 1만달러 이상 주문하는 해외 바이어와 해외 주재 기업 근로자 226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14일까지 이뤄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