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업체들이 새 먹거리로 여겼던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시장에서 투자를 줄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거래소의 보안 수요도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인 A사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사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때 거래소 관계자를 모아 보안 세미나도 열 만큼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딴판이다.

다른 사이버보안업체 B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보안컨설팅 문의를 자주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B사 관계자는 “당초 보안업계에서 예상한 것보다 거래소 보안시장은 성장이 더딘 편”이라며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면 사업 문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대형 거래소를 뺀 대부분 중소 거래소가 보안 투자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거래소 특성상 가상화폐 거래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매출이 감소한다.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일 기준 세계 비트코인 거래액은 하루 43억2900만달러(약 4조8400억원)다. 지난해 1월 하루평균 거래액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소 거래소의 보안 무관심은 보안인증 취득 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달 31일 빗썸과 코인원이 합류하면서 거래량 기준 국내 상위 4개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모두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중소 거래소 중 ISMS 인증을 취득한 것은 고팍스 한 곳에 불과하다. 고팍스 외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ISMS 인증을 신청한 중소 거래소는 두 곳뿐이다. 국내 영업 중인 중소 거래소가 100여 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