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을 포함한 바이오 시장이 고령화 흐름을 타고 급격히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혁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바이오가 전 세계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넘어 바이오가 주도하는 ‘5차 산업혁명’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우리나라가 바이오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이오를 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바이오는 ‘인내’를 요구하는 산업이어서 성과가 금방 나타나기 어렵다. 2015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통과한 국산 신약이 3개에 그친 게 이를 말해준다. 그러다 2016년 들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잇달아 미국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FDA 허가를 기다리는 8개 제품 중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제품이 6개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 경쟁력이 높아졌고, 국내 바이오 벤처의 기술수출 또한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업계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한국 바이오의 ‘퀀텀점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응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이오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경쟁국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정부 정책이 최대 복병’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바이오 기업들을 졸지에 실적난에 빠뜨린 경직된 회계처리 기준, 미국 경제지 포천이 ‘유망기업 50’에 선정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회계 문제 등이 그렇다.

회계 변수뿐만이 아니다. 바이오는 기초연구가 바로 산업화로 직결되는 대표적인 ‘과학기반 산업’이다. 정부는 미국이 왜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방 다음으로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지, 일본이 왜 ‘바이오 경제 패권’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지, 그 배경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바이오 산업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최대 리스크’가 아니라 ‘최대 우군(友軍)’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