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압력, 적자국채 발행 지시 등을 놓고 정부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북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압력, 적자국채 발행 지시 등을 놓고 정부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북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017년 말 기재부에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한 당사자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라고 밝혔다. 세수 호조로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없었는데도 정권의 이해에 따라 청와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과 관련해 “국채 업무는 내가 담당이라 사건 전말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기재부 국·과장이 청와대와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차영환 당시 비서관”이라고 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7년 11월 적자국채(최대 8조7000억원 규모) 발행을 놓고 내부 논의를 벌였다.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발행을 지시했지만 “세수도 좋은데 비용까지 들여가며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취소했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차 비서관이 보도자료 엠바고(보도유예)가 풀리기 불과 1시간 전 기재부에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차 전 비서관이 당시 적자국채 발행 규모 등을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연락했던 것”이라고 해명자료를 내 청와대의 취소 압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신 전 사무관과의 일문일답.

▶기재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1조원 규모 국고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했다는데.

“다른 문제보다도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바이백이 (예정일) 하루 전에 취소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날 채권금리가 치솟았다. 의사결정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그래서 분노했다. 기재부는 왜 바이백을 취소했는지 말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채무비율을 굳이 높일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본인 주장에) 구체적인 증거가 있나.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부총리에게 직접 들은 것이다. 내 옆에서 청와대 쪽과 (기재부) 국장, 과장이 통화하고 있는 것도 들었다. (국장, 과장) 통화를 끊고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하는 (불만 표시 등) 행동들을 보였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청와대에서 (기재부) 국장에게 전화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나.

“차영환 비서관이다.”

▶기재부는 GDP 대비 채무비율이 문재인 정부 첫해로 잡힌다고 해명하고 있다.

“나중에 GDP 대비 채무비율이 올라가면 정권에 안 좋다.”

▶적자국채 발행 관련 업무를 할 때 안이 여러 번 바뀌지 않았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기자들에게 문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차관보가 국채 발행을 안 하겠다고 얘기했다가 부총리에게 질책받는 것을 배석해서 들었다. 이후 차관보, 국장, 과장, 나 네 명이 보고에 들어갔다. 부총리는 GDP 대비 채무비율 때문에 채권 발행량을 낮추면 안 된다며 (채무비율이) 39.4%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채무비율을 먼저 정하고 이후 액수를 맞추라고 했다.”

▶비망록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작성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갔는지 모른다. 기재부 실무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그런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바이백을 한다고 하고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하루 전에 취소하면 기업이나 어떤 누구는 고통을 받는다. 다른 의도는 없다. 정치적 세력도 없다. 내가 나서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조금 더 합리적이고 나은 곳이 되면 좋겠다. 다른 공무원이 또 절망하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공익 신고자가 나로 인해 또 나왔으면 좋겠다. 공익 신고자가 숨어다니거나 사회에서 매장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발당하고, 법적 절차를 밟고,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누가 용기를 내겠는가. 당당히 수사에 임하고, 당당히 살겠다.”

이수빈/성수영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