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10년] 10년전 '누구나 쉽게 비트코인 채굴'…이젠 전문채굴장도 줄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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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가격 오르며 채굴 전문화…'그들만의 리그'로
우후죽순 생겼던 채굴장 작년 가격폭락에 추풍낙엽 신세
우후죽순 생겼던 채굴장 작년 가격폭락에 추풍낙엽 신세
“채굴장 대부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이전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장비를 처분하고 아예 접는 경우가 더 많죠. 국내 채굴장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국내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채굴장을 운영했던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뜨면서 신산업으로 주목받았던 채굴 산업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3일은 비트코인이 처음 채굴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가 개발됐고 채굴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전문 채굴장이 등장할 정도였다. 비트코인 채굴 10주년이자 암호화폐 열풍 1년이 지난 지금 채굴 형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2009년 1월3일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최초로 비트코인이 채굴됐다. 당시에는 블록당 50비트코인(BTC)을 채굴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 블록이 10분마다 생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7200BTC가 쏟아진 셈이다. 더구나 비트코인을 아는 이들이 적어 채굴 경쟁도 심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컴퓨터로도 채굴에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토시는 채굴 난이도가 낮아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앙처리장치(CPU)만 있다면 누구나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채굴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postpone the GPU arms race)"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히 채굴 난이도가 높아졌다. CPU를 대신할 장비가 필요해져 2010년 10월엔 GPU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코드가 일반에 공개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채굴 경쟁에 따른 컴퓨터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의 원인이 된다.
보다 효율적인 채굴이 가능해지자 그해 12월에는 첫 채굴장이 탄생했다.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사토시랩스의 자회사인 슬러시풀(slushpool)이 등장한 것. 현재도 운영 중인 슬러시풀은 그간 100만개 가까운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2012년에는 비트코인의 첫 ‘반감기’가 찾아왔다. 사토시는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블록을 생성할 때 얻는 비트코인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를 갖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비트코인 생성 수는 10분당 50개에서 25개로 줄었다. 현재는 세 번째 반감이 이뤄져 12.5개, 오는 2020년 또 한 번 반감기를 맞아 6.25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의 수가 줄어들자 등장한 게 주문형 반도체(ASIC) 채굴기다. 2012년 미국 버터플라이랩스가 ASIC 채굴기를 선보였다. ASIC 채굴기는 특정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주문 제작된 반도체를 사용한 것이다. 채굴 성능은 뛰어나지만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 채굴엔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GPU 채굴기의 경우 채굴하던 암호화폐의 채산성이 떨어지면 다른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면 되지만 ASIC 채굴기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
GPU 채굴에서 ASIC 채굴까지 등장할 정도로 성행했던 암호화폐 채굴은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함께 쇠락하고 있다. 2014년 등장한 암호화폐 채굴장 BTCC풀은 한때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 영향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작년 11월30일 무기한 채굴 중단에 들어갔다. 2017년 급증했던 국내 채굴장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 경쟁적으로 설립하면서 그래픽카드 등 채굴장치를 비싼 가격에 사들인 탓이다. 채굴이 수반하는 전기 소모와 발열의 속성상 여름철 무더위와 높은 전기료도 발목을 잡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말 AMD의 그래픽카드 RX580 8GB 모델 가격은 50만~60만원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구하기 어려워 유통업체에 선입금하며 제품을 구해달라 부탁하는 채굴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즉 암호화폐 가격이 높게 유지돼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는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적자를 버티다 못해 야반도주하거나 해외이전을 추진하는 채굴장이 많다”면서 “폐업하면서 50만~60만원에 사들인 그래픽카드를 중고 처분할 때는 4만원 정도 받는다”고 전했다. 일반 컴퓨터용으로도 쓸 수 없는 ASIC 채굴기 상황은 더 나쁘다. 한때 5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던 비트메인의 D3 채굴기는 4만원 수준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더리움의 경우 가격이 25만원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채산성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초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을 대량 채굴하고 중소형 거래소에 상장시켜 내다파는 식의 영업도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해 하반기까지 국내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채굴장을 운영했던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뜨면서 신산업으로 주목받았던 채굴 산업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3일은 비트코인이 처음 채굴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가 개발됐고 채굴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전문 채굴장이 등장할 정도였다. 비트코인 채굴 10주년이자 암호화폐 열풍 1년이 지난 지금 채굴 형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2009년 1월3일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최초로 비트코인이 채굴됐다. 당시에는 블록당 50비트코인(BTC)을 채굴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 블록이 10분마다 생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7200BTC가 쏟아진 셈이다. 더구나 비트코인을 아는 이들이 적어 채굴 경쟁도 심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컴퓨터로도 채굴에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토시는 채굴 난이도가 낮아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앙처리장치(CPU)만 있다면 누구나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채굴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postpone the GPU arms race)"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히 채굴 난이도가 높아졌다. CPU를 대신할 장비가 필요해져 2010년 10월엔 GPU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코드가 일반에 공개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채굴 경쟁에 따른 컴퓨터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의 원인이 된다.
보다 효율적인 채굴이 가능해지자 그해 12월에는 첫 채굴장이 탄생했다.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사토시랩스의 자회사인 슬러시풀(slushpool)이 등장한 것. 현재도 운영 중인 슬러시풀은 그간 100만개 가까운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2012년에는 비트코인의 첫 ‘반감기’가 찾아왔다. 사토시는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자 블록을 생성할 때 얻는 비트코인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반감기를 갖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비트코인 생성 수는 10분당 50개에서 25개로 줄었다. 현재는 세 번째 반감이 이뤄져 12.5개, 오는 2020년 또 한 번 반감기를 맞아 6.25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의 수가 줄어들자 등장한 게 주문형 반도체(ASIC) 채굴기다. 2012년 미국 버터플라이랩스가 ASIC 채굴기를 선보였다. ASIC 채굴기는 특정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주문 제작된 반도체를 사용한 것이다. 채굴 성능은 뛰어나지만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 채굴엔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GPU 채굴기의 경우 채굴하던 암호화폐의 채산성이 떨어지면 다른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면 되지만 ASIC 채굴기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
GPU 채굴에서 ASIC 채굴까지 등장할 정도로 성행했던 암호화폐 채굴은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함께 쇠락하고 있다. 2014년 등장한 암호화폐 채굴장 BTCC풀은 한때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 영향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작년 11월30일 무기한 채굴 중단에 들어갔다. 2017년 급증했던 국내 채굴장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 경쟁적으로 설립하면서 그래픽카드 등 채굴장치를 비싼 가격에 사들인 탓이다. 채굴이 수반하는 전기 소모와 발열의 속성상 여름철 무더위와 높은 전기료도 발목을 잡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말 AMD의 그래픽카드 RX580 8GB 모델 가격은 50만~60만원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구하기 어려워 유통업체에 선입금하며 제품을 구해달라 부탁하는 채굴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즉 암호화폐 가격이 높게 유지돼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는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적자를 버티다 못해 야반도주하거나 해외이전을 추진하는 채굴장이 많다”면서 “폐업하면서 50만~60만원에 사들인 그래픽카드를 중고 처분할 때는 4만원 정도 받는다”고 전했다. 일반 컴퓨터용으로도 쓸 수 없는 ASIC 채굴기 상황은 더 나쁘다. 한때 5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던 비트메인의 D3 채굴기는 4만원 수준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더리움의 경우 가격이 25만원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채산성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초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을 대량 채굴하고 중소형 거래소에 상장시켜 내다파는 식의 영업도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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