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업계가 '초비상' 상태입니다. 시작은 2018년 10월 18일 1차 파업입니다. 카풀 반대가 목표였죠. 이후 한 택시기사가 분신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택시 살려주세요'라고 쓰인 택시 옆에서 말이죠. 지난 몇 달간 택시 업계의 분노는 '카풀 반대' 그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뉴스래빗이 택시 업계의 오늘을 데이터로 바라봅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국내 택시 업계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매월 택시 면허 수, 기사 수 등을 업데이트하죠. 월별로 쪼개져 있는 최근 3년치 자료를 취합했습니다. 개인택시의 경우 기사 수를 따로 제공하지 않아 1면허 당 기사 수 1명으로 계산했습니다.

# 10만 파업, 전국 택시기사의 37%
:) 택시기사 10명 중 4명 동참


2018년 12월 20일, 택시 업계는 결국 최대 규모의 3차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택시 기사 10만명이 파업에 동참했죠. 10만명, 실제 눈앞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인파입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를 보니 전국 택시 기사 수는 27만200명(2018년 9월 기준)입니다. 3차 파업에 전국 택시 기사 중 37% 정도가 동참한 셈입니다. 27만여명 중 가장 택시 기사가 많은 지역은 서울입니다. 2018년 9월 기준 8만528명으로 압도적입니다. 서울보다 인구가 많고 면적도 넓은 경기도엔 절반 수준인 4만2985명 뿐입니다.

파업에 참여한 기사들은 '카풀 불법 영업 OUT' 뿐만 아니라 '택시 업계가 죽어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달라'는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가장 큰 위기는 카카오 카풀이지만, 이렇게까지 분노가 폭발한 이유가 단지 그 하나만은 아니란 뜻입니다.

# 10년째 쪼그라든 택시 '존재감'
:) 수송분담률 8년 새 반토막


교통수단으로서 택시의 존재감은 10년 째 쪼그라들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택시가 전체 수송 수단에서 차지하는 수송 분담률이 10년 내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수송분담률은 버스, 철도, 택시 등 육상 교통수단들의 수송실적 비중을 뜻합니다. 즉 국민이 얼마나 해당 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느냐를 가늠하는 척도죠.
[팩트체크] 10만 택시파업의 속사정…변화외면→ 수송률 반토막→ 카풀대란
2009년 4.3%였던 택시 수송분담률은 2016년 2.9%까지 떨어졌습니다. 8년새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은 겁니다. 버스, 철도 등 다른 교통수단의 수송분담률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택시만이 쭉 감소세를 이어왔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택시의 존재감도 함께 줄어든거죠.

# 전국 누비는 택시 25만대
:) 개인택시 그대로, 회사택시는 감소


2018년 9월 기준 전국 택시 수는 25만2583대입니다. 흔히 보는 택시는 면허 종류에 따라 일반(회사)택시와 개인택시로 나뉩니다. 면허 수는 곧 인가 택시 수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18년 9월 기준 전국엔 일반택시(8만7875대)보다 개인택시(16만4708대)가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면허 별로 그래프를 그려보니 일반택시와 개인택시 수는 명확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개인택시 수는 2015년부터 3년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2017년 5월부터 세종시와 분리 집계돼 감소한 충청남도를 제외하면 모든 광역단체가 개인택시 면허 수를 3년 전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택시 면허 수는 3년새 소폭 감소했습니다. 2015년 11월 기준 전국 8만9997대였던 일반택시가 3년만인 2018년 9월엔 8만7875대로 2122대 줄었죠. 3년간 감소폭이 2.4%이니 택시 수송분담률 감소, 카카오택시 등장 등에도 택시 회사의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셈입니다.

다만 회사택시 2배 규모인 개인택시 수가 그대로인 상황이라 택시 회사 수익은 그만큼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회사택시, 면허 수 감소 폭보다 택시 기사는 더 줄었으니까요.

# 면허 2.4% ↓, 택시기사는 9% 감소
:) 기사 1인당 사납금 부담 '가중'


전국 회사택시 8만7875대를 운행하는 택시 기사는 총 10만5492명입니다. 2015년 11월 11만5672명에서 3년만에 1만180명 줄어들었네요.


회사 택시 기사 수 감소폭은 면허 수 감소폭보다 컸습니다. 11만5672명에서 10만5492명이 됐으니 3년만에 회사 소속 택시기사가 8.8%나 빠졌네요.

택시 회사들이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사 수를 줄였으니, 기사 1인당 사납금 영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소위 '돈이 되는' 승객만 태우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승차 거부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횡행하는 이유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 문제는 카풀이 아니다
:) 시대 요구 파업 아닌 '변화'


뉴스래빗이 매월 업데이트되는 택시 현황 데이터로 확인한 #팩트체크는 택시 기사들의 과거, 오늘, 그리고 미래에 닥쳐올 위기까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국 27만 택시기사의 40%에 달하는 10만명이 총파업에 나설만큼 택시업계는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누비는 택시 25만대 수는 이미 매해 줄어든 수치이며,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버스, 기차 등 공식 대중교통과 달리 택시의 수송분담률을 점점 줄어들고 있죠. 3년 새 택시기사 9%가 감소할만큼 인력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남은 택시기사 1인당 사납금 부담은 더 무거워지고 있죠.

더군다나 3차까지 이어진 택시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 여론은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불친절, 승차거부, 난폭운전, 바가지 운행 등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 불만이 컸던 탓입니다. 잇따른 파업 소식에 대중이 "택시 파업하니 교통이 원활해졌다. 계속 했으면 좋겠다", "카풀 같은 대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여론 성토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을 정도입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 즉 모빌리티(mobility) 산업은 이미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사납금 없는 월급제 택시를 표방하고 나선 '마카롱택시', 앱으로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동시에 호출해 택시처럼 이용하는 '타다', 승차 거부 없는 택시 서비스에 도전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존 택시 업계가 보여주지 못한 시대적 변화를 재빠르게 수용한 IT기반 서비스가 줄이어 등장하고 있죠.

이런 서비스들이 왜 계속 생기고 흥행하는지, 택시 업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소비자가 택시에 바라는 건 '변화'입니다. 택시 대비 이용료가 비싼 '타다'에 소비자가 기꺼이 돈을 내는 건 승차를 거부하지 않고, 말을 걸지 않는 등 값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000원에서 이르면 이달 중 3800원으로 올리기로 했지만 여론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입니다.

이번 서울 택시 기본 요금 인상은 역대 최다 인상률(26%)입니다. 기본 요금부터 올리기 전에, 카풀 서비스에 무작정 반대하기 전에 택시 업계 내부의 병폐를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 시대적 요구에 적극 호응할 때 택시업계의 미래도 함께 열리지 않을까요 !.!
[팩트체크] 10만 택시파업의 속사정…변화외면→ 수송률 반토막→ 카풀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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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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