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현대 자본주의의 필요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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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리셋'보다 '새로 고침'이 먼저
경력 전환 프로그램 만들어
중견·중소기업 재취업 다리놔야
정부도 재정지원 등 고민해야
수익성·경영체질 개선 성적표만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근로자도 제 2도약 위한 계기로
'리셋'보다 '새로 고침'이 먼저
경력 전환 프로그램 만들어
중견·중소기업 재취업 다리놔야
정부도 재정지원 등 고민해야
수익성·경영체질 개선 성적표만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근로자도 제 2도약 위한 계기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떠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적잖은 직장인은 만감이 교차한다. 임원 승진을 포함한 승진 발표에, 또 새로운 직무로의 인사 이동도 이뤄진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사람도 있고,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연말연시 분위기가 따뜻하면 좋으련만 기업 입장에서는 새해가 오기 전에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조직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보니 대개는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이 시기에 빼 들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 계속 불어오는 구조조정이라는 삭풍 앞에 설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난제는 총체적인 딜레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점차 상시화하고 이제는 대상 연령마저 젊어졌다. 거의 전 직급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업에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경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검증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빨라진 산업 변화 속에 신속한 디지털화 대응을 위해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이를 비난만은 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고용 창출에 한계를 지니고 있고,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지 오래이며,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로 기업들은 신입직원 채용 인원을 더 확대하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그런데 고통이 여전히 있다면, 비록 천지개벽의 변화를 당장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차선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이제 제대로 된 총체적인 조직개발·관리와 성과관리를 당연한 임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1년 내내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묵언수행’만 하다가 갑자기 퇴직을 권한다면 이는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주의의 괴물로 인해 내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의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지 말라고 기업에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와의 냉혹한 단절을 위해 그냥 갈아 끼우는 ‘리셋’을 쉽게 생각하기 전에 ‘새로 고침’ 버튼을 먼저 생각해보기를 제언한다. 기업 내의 가장 한국적인 경력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여전히 훈련된 경력자를 필요로 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즐비하기에 이들 양자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 이는 청년취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떠나는 자들은 단지 소리 내 울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덜 기울일 뿐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한 재정 지원과 전문인력 육성은 정부도 분명히 같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근로자 역시 청춘을 바쳤으니 인생도 책임지라는 식의 전통적 개념의 ‘샐러리맨 마인드’에서 탈피해야 한다. 듣기 거북스럽겠지만 굴지의 대기업 출신 임원을 포함해서 퇴직 직장인의 90% 이상이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된 이력서를 자신 있게 쓰지 못하고, 혼자서는 장도 못 보고 밥도 못 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은 누구의 책임일까?
우리 사회에서 구조조정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필요악’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만은 뗄 수 있는 시도는 한번 해보자.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경영체질 개선이라는 성적표만이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다수의 근로자 역시 재도약과 제2의 경력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서로가 건강해질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는 희망의 스토리를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는 그날을 꿈꿔 본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한국 사회에 계속 불어오는 구조조정이라는 삭풍 앞에 설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난제는 총체적인 딜레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점차 상시화하고 이제는 대상 연령마저 젊어졌다. 거의 전 직급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업에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경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검증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빨라진 산업 변화 속에 신속한 디지털화 대응을 위해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이를 비난만은 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고용 창출에 한계를 지니고 있고,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지 오래이며,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로 기업들은 신입직원 채용 인원을 더 확대하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그런데 고통이 여전히 있다면, 비록 천지개벽의 변화를 당장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차선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이제 제대로 된 총체적인 조직개발·관리와 성과관리를 당연한 임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1년 내내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묵언수행’만 하다가 갑자기 퇴직을 권한다면 이는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주의의 괴물로 인해 내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의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지 말라고 기업에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와의 냉혹한 단절을 위해 그냥 갈아 끼우는 ‘리셋’을 쉽게 생각하기 전에 ‘새로 고침’ 버튼을 먼저 생각해보기를 제언한다. 기업 내의 가장 한국적인 경력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여전히 훈련된 경력자를 필요로 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즐비하기에 이들 양자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 이는 청년취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떠나는 자들은 단지 소리 내 울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덜 기울일 뿐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한 재정 지원과 전문인력 육성은 정부도 분명히 같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근로자 역시 청춘을 바쳤으니 인생도 책임지라는 식의 전통적 개념의 ‘샐러리맨 마인드’에서 탈피해야 한다. 듣기 거북스럽겠지만 굴지의 대기업 출신 임원을 포함해서 퇴직 직장인의 90% 이상이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된 이력서를 자신 있게 쓰지 못하고, 혼자서는 장도 못 보고 밥도 못 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은 누구의 책임일까?
우리 사회에서 구조조정이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필요악’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만은 뗄 수 있는 시도는 한번 해보자.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경영체질 개선이라는 성적표만이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다수의 근로자 역시 재도약과 제2의 경력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서로가 건강해질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는 희망의 스토리를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는 그날을 꿈꿔 본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