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경기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는데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지난달부터 불황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집계돼 2016년 2월(49.0)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과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조사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도 49.7로 나타나 201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둔화와 확장을 가늠하는 기준선인 50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정부의 PMI 조사가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차이신 PMI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민간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모두 불황 터널에 들어간 겁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세를, 밑돌면 경기 위축세를 뜻합니다.

이처럼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자 중국 수도 베이징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시내 상점과 음식점에 24시간 영업을 장려하고 나섰습니다. 심야시간대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겁니다.

베이징시는 24시간 편의점을 더 늘리고 일부 상점과 슈퍼마켓의 영업시간을 연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농산품 도매시장, 전통 가게, 특색 음식점, 해외전자상거래 체험점 등에는 10만위안(약 1630만원)의 보조금까지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특색 있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먹자골목을 만들어 시민들의 야간 소비를 편하게 하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상하이시, 항저우시, 저장성, 광둥성 등 중국 남부 대도시에 비해 베이징에는 심야에 갈 곳이 적은데요. 밤 11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문을 닫습니다. 차오양구에 사는 사무직 종사자 샤오싱 씨는 “보통 밤 11시 넘어서 퇴근하는데 갈 수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다”며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양 베이징전략연구소 이사는 “상점과 음식점이 밤 늦게까지 문을 열려면 전기료와 인건비 상승이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베이징시의 심야영업 활성화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