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대신 문화를 팝니다"…불황에도 나홀로 성장한 퍼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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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중소기업 - 가구 1등의 비결
본사 스페셜리스트 직접 상담…'사무실 불만' 빅데이터 구축
업무효율 높이는 공간 컨설팅
영업직원 많은 GS리테일 '트랜스포머형 오피스' 제안
사무가구 시장 수년째 정체지만 퍼시스, 지난해 매출 12% 늘어
본사 스페셜리스트 직접 상담…'사무실 불만' 빅데이터 구축
업무효율 높이는 공간 컨설팅
영업직원 많은 GS리테일 '트랜스포머형 오피스' 제안
사무가구 시장 수년째 정체지만 퍼시스, 지난해 매출 12% 늘어
“회의할 공간을 찾아다니는 게 일입니다.” “조직 규모가 계속 커지고 인원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에 통로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휴식 공간도 없고요.”
퍼시스는 지난해 초 A사 사무공간을 컨설팅했다. 첫 번째는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 현재 사무환경에 대한 만족도 조사였다. 다음은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회의실 및 사무환경 만족도는 5점 만점에 1.97점에 불과했다.
퍼시스 사무환경팀은 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사무실을 이전하지 않으면서도 ‘새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은 큰 면적을 차지하던 임원실을 없애는 것. A사는 동의했다. 임원실 자리에는 ‘워크 라운지’를 만들었다. 소파를 놓고 개인 작업이나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 1인당 면적도 줄였다. 큰 회의실은 쪼개 작은 회의실로 꾸몄다. A사의 직원은 “사무환경이 쾌적해졌다”며 “곳곳에 가볍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소통도 늘어났다”고 했다.
대기업 비중 축소하고 소규모 고객 늘려
1조2000억원 규모의 사무가구 시장은 수년째 정체 상태다. 불황에 책상이나 의자를 바꾸는 기업은 많지 않다. 관련 기업들은 타격을 받았다. 사무가구 업계 2위 코아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하지만 퍼시스는 달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3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7% 늘었다. 퍼시스 측은 “작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시스도 2016년까지는 어려웠다. 2012년부터 4년간 매출은 정체했다. 5년간 해외 매출을 제외한 국내 매출은 연간 1800억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퍼시스는 50인가량의 작은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30대 그룹사와 1000대 기업 등 대기업의 매출 비중을 60%에서 40%로 줄였다. 김범진 퍼시스 마케팅팀장은 “1000대 기업의 매출은 기존 수준에서 유지하고, 50인 정도의 작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고객사로 대거 끌어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무가구계의 트렌드 헌터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퍼시스가 가진 사무환경에 대한 컨설팅 노하우였다. 퍼시스는 국내 사무공간의 트렌드를 만들어왔다. 1980년대 철제 사무 책상을 목재로 교체하고 곳곳에 ‘파티션’을 세웠다. 1990년대 후반 두꺼운 모니터를 둘 공간을 마련한 ‘L자형 책상’,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나 노트북을 쓰기 좋은 I자형 책상이 모두 퍼시스 작품이다.
요즘 퍼시스는 인원 수를 고려해 임원실과 각 부서 사무실 크기와 위치를 정하는 ‘도면 컨설팅’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사무환경 자체의 변화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대리점에 요청이 들어오면 본사 소속 8명의 사무환경연구팀과 95명의 오피스컨설턴트(OC)가 직접 상담한다.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공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GS리테일 동북부영업본부 사무실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영업직이 많은 GS리테일 사무실은 회의가 있는 월요일만 북적이고 화~금요일은 텅 비어 있었다. 퍼시스는 ‘트랜스포머형 오피스’를 제안했다. 사무실에 움직이는 가벽을 설치했다. 바퀴 달린 책상도 놨다. 직원이 많이 모이는 월요일엔 가벽을 없애고 책상을 채워놓았다. 편의점주들이 방문하거나 소규모 회의가 필요한 화~금요일엔 가벽을 이용해 소규모 회의실을 곳곳에 마련했다. 김 팀장은 “파르나스타워로 사무실을 옮긴 지 3개월 뒤 업무 및 조직 만족도가 3.69점에서 4.04점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퍼시스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퍼시스는 올해 ‘협업과 집중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유행 중인 ‘개방형 오피스’와는 다르다. 김 팀장은 “뚫린 공간이 오히려 업무에 집중해야 할 순간엔 방해가 된다는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영업 및 유통망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확충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퍼시스는 올 신제품으로 손쉽게 조립했다 분리할 수 있는 ‘부스형 가구’를 본격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퍼시스는 지난해 초 A사 사무공간을 컨설팅했다. 첫 번째는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 현재 사무환경에 대한 만족도 조사였다. 다음은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회의실 및 사무환경 만족도는 5점 만점에 1.97점에 불과했다.
퍼시스 사무환경팀은 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사무실을 이전하지 않으면서도 ‘새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은 큰 면적을 차지하던 임원실을 없애는 것. A사는 동의했다. 임원실 자리에는 ‘워크 라운지’를 만들었다. 소파를 놓고 개인 작업이나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 1인당 면적도 줄였다. 큰 회의실은 쪼개 작은 회의실로 꾸몄다. A사의 직원은 “사무환경이 쾌적해졌다”며 “곳곳에 가볍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소통도 늘어났다”고 했다.
대기업 비중 축소하고 소규모 고객 늘려
1조2000억원 규모의 사무가구 시장은 수년째 정체 상태다. 불황에 책상이나 의자를 바꾸는 기업은 많지 않다. 관련 기업들은 타격을 받았다. 사무가구 업계 2위 코아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하지만 퍼시스는 달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3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7% 늘었다. 퍼시스 측은 “작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시스도 2016년까지는 어려웠다. 2012년부터 4년간 매출은 정체했다. 5년간 해외 매출을 제외한 국내 매출은 연간 1800억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퍼시스는 50인가량의 작은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30대 그룹사와 1000대 기업 등 대기업의 매출 비중을 60%에서 40%로 줄였다. 김범진 퍼시스 마케팅팀장은 “1000대 기업의 매출은 기존 수준에서 유지하고, 50인 정도의 작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고객사로 대거 끌어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무가구계의 트렌드 헌터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퍼시스가 가진 사무환경에 대한 컨설팅 노하우였다. 퍼시스는 국내 사무공간의 트렌드를 만들어왔다. 1980년대 철제 사무 책상을 목재로 교체하고 곳곳에 ‘파티션’을 세웠다. 1990년대 후반 두꺼운 모니터를 둘 공간을 마련한 ‘L자형 책상’,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나 노트북을 쓰기 좋은 I자형 책상이 모두 퍼시스 작품이다.
요즘 퍼시스는 인원 수를 고려해 임원실과 각 부서 사무실 크기와 위치를 정하는 ‘도면 컨설팅’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사무환경 자체의 변화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대리점에 요청이 들어오면 본사 소속 8명의 사무환경연구팀과 95명의 오피스컨설턴트(OC)가 직접 상담한다.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공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GS리테일 동북부영업본부 사무실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영업직이 많은 GS리테일 사무실은 회의가 있는 월요일만 북적이고 화~금요일은 텅 비어 있었다. 퍼시스는 ‘트랜스포머형 오피스’를 제안했다. 사무실에 움직이는 가벽을 설치했다. 바퀴 달린 책상도 놨다. 직원이 많이 모이는 월요일엔 가벽을 없애고 책상을 채워놓았다. 편의점주들이 방문하거나 소규모 회의가 필요한 화~금요일엔 가벽을 이용해 소규모 회의실을 곳곳에 마련했다. 김 팀장은 “파르나스타워로 사무실을 옮긴 지 3개월 뒤 업무 및 조직 만족도가 3.69점에서 4.04점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퍼시스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퍼시스는 올해 ‘협업과 집중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유행 중인 ‘개방형 오피스’와는 다르다. 김 팀장은 “뚫린 공간이 오히려 업무에 집중해야 할 순간엔 방해가 된다는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영업 및 유통망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확충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퍼시스는 올 신제품으로 손쉽게 조립했다 분리할 수 있는 ‘부스형 가구’를 본격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