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최초 여성 CTO 오순영 전무 "IT 개발자 위한 소통 창구 역할 할 것"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기업인 한글과컴퓨터에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여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나왔다. 한컴은 3일 오순영 한컴 미래성장본부장 겸 한컴인터프리 대표(41·사진)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CTO에 선임했다.

오 CTO는 1977년생으로 2004년 한컴에 입사한 뒤 다양한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프로젝트매니저(PM) 업무를 맡아왔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여성 개발자가 PM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한컴의 핵심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고도화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태블릿 PC용 한컴오피스 제품 개발에 참여해 PC에만 머무르던 한컴의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데 기여했다. 2014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오피스 제품과 호환성을 높인 한컴오피스 네오 개발에도 참여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한컴 프로젝트개발실장(이사)을 맡으면서 임원급으로 승진했다. 이후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한컴 미래성장본부를 이끌었다. 지난해엔 한컴 계열사인 한컴인터프리 대표도 겸직하면서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만 40세로 대표직을 맡아 한컴그룹 최연소 대표 기록을 깼다. 그룹 내에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초고속 승진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래성장본부장을 맡은 후에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한컴의 자동 통·번역 소프트웨어인 지니톡 사업을 이끌었다. 지니톡은 지난해 초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통·번역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선정됐고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에도 적용됐다.

오 CTO는 그룹에서 개발자와 비(非)개발자를 잇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PM 업무를 오랫동안 맡으면서 그룹 임직원 사이에서 두터운 신망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오 CTO는 섬세한 업무 지휘가 강점인 데다 강한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한컴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CTO는 “여성 CTO로 인식되기보다 한컴의 CTO로 알려지길 바란다”며 “한컴 개발자들을 대표하고, 경영진과 개발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