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공장을 지어도 된다길래 은행에서 대출받아 땅을 사고 기존 시설까지 일부 팔았습니다. 뒤늦게 안 된다고 하면 기업은 어떡합니까.”

배전반 생산업체 이앤엠의 김진락 대표는 2017년 8월 경기 이천시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미 돈을 다 투자한 공장 신설을 환경부가 제동을 걸어 이천시도 불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오락가락 규제에 100여명 실업자 될 판"
이앤엠은 2016년 7월께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6만6000㎡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기로 하고 이천시에 허가 여부를 문의했다. 공장 부지가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2권역)에 포함돼 있어서다. 환경부 고시는 “2권역에서 공업지역으로의 변경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이천시는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하면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이앤엠의 공장부지 근처에는 7개 회사 공장이 환경부 동의에 따라 허가를 받고 가동 중이었다.

김 대표는 시에서 내준 서류를 근거로 은행에서 50억원을 빌려 공장 터를 샀다. 기존 공장 설비를 팔아 추가로 자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2권역에서 공업지역으로의 변경을 제한한다’는 것은 ‘금지’라는 의미”라며 공장 증설에 동의하지 않았다. 과거엔 ‘제한’을 ‘조건부 허용’으로 해석했지만 이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후 지금까지 김 대표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경부와 이천시를 오가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특히 환경부는 “담당이 자주 바뀌고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며 과거에 허가를 내준 관련 공무원들을 줄징계하기도 했다.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기존 공장 설비를 팔았기 때문에 생산도 제대로 못 하고, 자금난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행정 해석까지 다르게 하면 어떻게 기업을 하라는 얘기냐”며 “새해에는 나를 포함한 임직원 100여 명이 실업자가 될 판”이라고 했다.

이천=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