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새해 초반부터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가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정무·기획재정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새해 초반부터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가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정무·기획재정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적자국채(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놓고 여야는 3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기재부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집과 국정조사, 적자국채 발행에 관여한 청와대 및 정부 인사에 대한 검찰 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히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며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신 전 사무관을 보면) ‘워터게이트’ 사건 때 숨겨진 진실을 전한 ‘딥 스로트(내부고발자)’ 마크 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생각난다”며 “그가 제보한 내용 가운데 국고 손실을 끼친 국채 매입(바이백) 취소 건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죄에 해당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7년 11월 세수가 넘치는 상황에서 청와대 압박에 못 이겨 1조원어치 국채의 바이백(매입) 계획을 돌연 취소해 재정적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기재위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도 퇴임한 만큼 통상적인 상임위 소집으로는 적절하지 않고, 그런 분들을 부를 수 있는 청문회 절차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수가 넘치는데도 정권의 정략적 목표를 위해 4조원어치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문제”라며 “김 전 부총리는 진실이 무엇인지 입을 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4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회는 정부 주요 현안에 대해 점검할 의무가 있다. 더 이상 기재위 소집을 늦출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상임위가 소집되지 않는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실체 없이 주장만 난무하다며 상임위 소집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나 원내대표가 신 전 사무관 주장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재정 조작 정권’이라며 기재위 소집을 요구했는데, 이는 한국당이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사건’을 정쟁으로 부풀렸던 방식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개인의 무분별한 주장에 대해 사실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무조건 정쟁거리로 만드는 한국당의 행태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낸 공식 논평에서도 “제1 야당으로서의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자중자애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