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2011년 5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경DB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2011년 5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경DB
국내 1위 게임사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가 회사를 팔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한국 게임을 세계 시장에 알린 게 그였다.

▶본지 1월3일자 A1, 20면 참조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게임사업에 대한 흥미를 잃은 데다 NXC를 둘러싼 각종 규제가 경영의욕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가 정점에 다다라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동물적 감각’에 따라 결정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임업에 의욕 상실했나

3일 게임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11년 본사인 넥슨을 일본에 상장시킨 이후 게임사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다른 게임업체와 달리 기업공개(IPO)를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접근했다”며 “유망 게임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다음에 상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상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자 ‘전의’를 상실했다는 설명이다. 넥슨과 자회사들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업계는 해석했다. 넥슨의 실적 악화로 복귀설이 나오던 2014년에도 “경영에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송사를 겪으면서 매각 결심을 더욱 굳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지난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법정을 드나들면서 심신이 크게 지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채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넥슨코리아의 재무상황을 지난해부터 보고받으며 적극 챙긴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의 지분 전량(98.64%)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던 셈이다.

그는 대신 자신의 흥미와 투자 가치가 있는 외부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3년 명품 유모차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유아용품업체 스토케를 사들였다. 이후에도 NXC 자회사로 투자 전문법인인 NXMH를 통해 잇따라 투자했다.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업체 아그라스 델릭, 일본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마크앤로나 등 무려 20여 개 회사를 인수했다. 게임 외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려고 넥슨 지분도 팔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최근 2~3년 동안 사들인 회사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집단 지정도 부담?

커지는 규제 부담 때문에 게임사업을 접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넥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영향이 컸다.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김 대표의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가 넥슨과 거래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대표와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중 몇몇은 넥슨 계열사와 적지 않은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김 대표의 신규 투자나 재산증여 내역도 공개해야 했다. 대외활동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라고도 불리는 김 대표에게는 이런 규제들이 큰 부담이었을 수 있다. 게임 결제한도 제한,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금지하는 규제),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 움직임 등도 게임업계를 옥죄는 규제로 작동해왔다.

‘동물적 감각’ 발동했나

지금이 넥슨을 매각하기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8856억원에 달했다. 주요 수익원인 자회사 네오플 덕분이다.

네오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였다. 네오플이 만든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흥행하면서다. 넥슨에서 네오플의 실적을 빼면 적자다. 네오플에 넥슨의 ‘몸값’이 달려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네오플에 대한 국내 세금감면 혜택도 올해로 끝난다. 정부는 제주도에 이전한 기업에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감면해주고 있다. NXC는 이 제도 덕분에 수천억원의 세금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