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로닉과 주주간 진실 공방 확산…주주 "회사가 알젠의 우수 효과 입증한 논문 일부러 숨겼다" vs 회사측 "의미 있는 결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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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로닉(대표 황해령)이 자체 개발한 안과 레이저 의료기기 '알젠'이 건성 황반변성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논문이 나왔음에도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에 대해 주주 사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루트로닉 소액주주 대표 박모씨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루트로닉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임상 결과를 홍보하지 않는 등 주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오는 8일 루트로닉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노영정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망막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박씨에 따르면 이 논문은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건성 황반변성에 알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이 논문을 시장에 알리면 주가가 분명히 오를 텐데 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논문은 임상적 가치가 떨어져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주주의 논문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논문의 임상적 의미가 크지 않은 근거로 환자 9명을 대상으로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임상으로서 추적 관찰 기간이 1~2개월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노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중등도의 건성 황반변성 환자 20명의 안구 20개를 대상으로 알젠을 활용한 '선택적 망막 요법(SRT)'을 실시했다. 시술한 지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지난 시점에서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드루젠이 감소한 환자가 20명 중 8명(42.1%)이었고 1년 동안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 교수는 논문에서 "SRT는 중등도의 건성 황반변성에 잠재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4일 "논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착오가 있었다"며 "20명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게 맞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논문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서는 "전날 밝혔듯 대외적으로 공개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황반변성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시세포가 모여 있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에 문제가 생겨 시력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뉘는데 환자의 90%가 건성이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 아래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여 발병하는데 환자의 10% 정도가 실명 위험이 높은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아직 뽀죡한 치료법이 없다. 건성 황반변성 환자는 전 세계에 약 1억2000만 명으로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이다.
전 세계에서 건성 황반변성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의료기기 기업 알렉스가 '2RT'란 레이저 기기를 개발했지만 드루젠이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만 있다. 반면 알젠은 드루젠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매우 시장성이 크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산업계 시각은 보다 신중했다. 우선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 20명은 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40명 이상은 되어야 유의미하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봐도 아직은 알젠을 상용화하는 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노 교수를 중심으로 SRT를 건성 황반변성 치료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드루젠이 쌓이는 것 자체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레이저를 활용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드루젠을 줄이는 것이 비용 효과적인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SRT 적용이 초기 단계라 실제 치료에 쓰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만약 상용화한다면 중등도 이상의 건성 황반변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지난 3일 루트로닉 소액주주 대표 박모씨는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루트로닉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임상 결과를 홍보하지 않는 등 주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오는 8일 루트로닉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노영정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망막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박씨에 따르면 이 논문은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는 건성 황반변성에 알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이 논문을 시장에 알리면 주가가 분명히 오를 텐데 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논문은 임상적 가치가 떨어져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주주의 논문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논문의 임상적 의미가 크지 않은 근거로 환자 9명을 대상으로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임상으로서 추적 관찰 기간이 1~2개월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노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중등도의 건성 황반변성 환자 20명의 안구 20개를 대상으로 알젠을 활용한 '선택적 망막 요법(SRT)'을 실시했다. 시술한 지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지난 시점에서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드루젠이 감소한 환자가 20명 중 8명(42.1%)이었고 1년 동안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 교수는 논문에서 "SRT는 중등도의 건성 황반변성에 잠재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4일 "논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착오가 있었다"며 "20명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게 맞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논문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서는 "전날 밝혔듯 대외적으로 공개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황반변성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시세포가 모여 있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에 문제가 생겨 시력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뉘는데 환자의 90%가 건성이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 아래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여 발병하는데 환자의 10% 정도가 실명 위험이 높은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아직 뽀죡한 치료법이 없다. 건성 황반변성 환자는 전 세계에 약 1억2000만 명으로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이다.
전 세계에서 건성 황반변성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의료기기 기업 알렉스가 '2RT'란 레이저 기기를 개발했지만 드루젠이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만 있다. 반면 알젠은 드루젠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매우 시장성이 크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산업계 시각은 보다 신중했다. 우선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 20명은 기기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40명 이상은 되어야 유의미하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봐도 아직은 알젠을 상용화하는 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노 교수를 중심으로 SRT를 건성 황반변성 치료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드루젠이 쌓이는 것 자체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레이저를 활용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드루젠을 줄이는 것이 비용 효과적인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SRT 적용이 초기 단계라 실제 치료에 쓰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만약 상용화한다면 중등도 이상의 건성 황반변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