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가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가격이 크게 뛰고 있어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점원의 안내를 받아 고구마를 고르고 있다. 한경DB.
군고구마가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가격이 크게 뛰고 있어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점원의 안내를 받아 고구마를 고르고 있다. 한경DB.
겨울철 간식의 꽃인 군고구마가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해마다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다. 에어프라이어 등을 이용해 가정에서 직접 해먹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지난 4일 가락시장에선 고구마(특품) 10kg 한 상자가 평균 4만8447원에 거래됐다. 전날에 비해선 9.0%, 일주일 전에 비해선 10.0%나 오른 가격이다. 1kg은 어른 주먹 크기만 한 고구마 네 개 정도다.

특히 군고구마용으로 선호도가 높은 호박 고구마(특품)의 경우 10kg 1상자가 4만8983원에 거래돼 지난주에 비해 무려 9.5%나 뛰었다. 전날에 비해서도 11.0%나 오르는 등 가격이 급격하게 변했다.

고구마 가격은 최근 5년간 계속 급등세다. 2015년 1월 첫째주 10kg 한 상자에 2만원대였던 고구마 가격은 2016년 3만690원, 2017년 3만5825원으로 오르더니 지난해 이맘때에는 4만8000원대까지 올랐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고구마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해마다 줄어드는 생산량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약 43만t에 달하던 국내 고구마 생산량은 2017년 약 32만t까지 감소해 25%나 줄었다.

소위 '돈'이 되는데도 농가에서 고구마를 심지 않는 이유는 생육이 까다로워서다. 고구마는 섭씨 7도 이하인 서늘한 환경에서도 금방 썩을 만큼 보관이 까다롭다. 유통 과정에서 고온 열처리를 해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지만 이는 비용이 '억' 단위로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군고구마용으로 쓰는 생(生)고구마는 수입도 금지돼 있다. 국내엔 없는 해충이 묻어 올 수 있어서다. 고구마 껍질을 까서 냉동한 제품이나 가루 형태만 들여올 수 있다.

기름 없이 음식을 튀길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 등 가정에서 직접 군고구마를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기구가 등장한 것도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28만7000대로 전년 대비 285.9%나 증가했다.

가락시장에서 10년 넘게 고구마 도매를 하고 있는 정경자(60)씨는 "밤이나 감자에 비해 고구마 가격은 매년 크게 올라 군고구마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예전과 달리 요새는 대형마트나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해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