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덕후'들이 함께 모여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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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영훈‧하시은 논스 공동창업자
블록체인 유튜브 채널 운영하다가 공유오피스 시작
“위워크를 이기는 강점은 사람 큐레이션”
블록체인 유튜브 채널 운영하다가 공유오피스 시작
“위워크를 이기는 강점은 사람 큐레이션”
‘논스(nonce, number only used once)’는 블록체인을 채굴자들이 쓰는 전문용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 검열저항성(중앙에서 통제나 조작이 불가능한 성질)을 만들어 준다. 코인 채굴 과정에서 열쇠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스에서 만난 하시은씨(31)는 왜 이름이 논스인지 묻는 질문에 “우리가 겉으론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힘을 부여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라고 답했다. 논스를 공동창업한 문영훈씨(29)와 하시은씨는 공유 오피스의 이름도 블록체인에서 따올 정도로 블록체인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문 씨는 ‘국가기관 개입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화폐’라는 개념이 마음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경제학, 컴퓨터공학, 수학 이런 게 다 혼합돼 있는 재밌는 기술이었고, 다양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생태계 안에 있는 게 신기했다”는 설명이었다.
하 씨를 블록체인으로 이끈 것은 중국에서의 경험이었다. 그는 “독재 국가에서 감시받고 산 게 너무 싫었다”며 “영훈이가 블록체인에 대해서 하도 말하길래 비트코인 백서를 읽고, 이더리움 백서를 읽었는데 이게 내가 찾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7년 둘은 유튜브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해 아는 것을 다 풀어놓기로 결심했다. ‘블록체이너스’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논스의 시작이다. ‘썰’을 풀면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거나, 이걸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자고 얘기했다. 2명이 말 그대로 같이 살다가 메시지에 응답한 사람들이 늘어 지금은 식구가 25명까지 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같이 살 공간을 찾으러 다니다 셰어하우스 기업 ‘커먼타운’을 만나고 공유 오피스도 만들게 됐다.
같이 살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보니 논스는 공유 오피스치고 주거공간의 영역이 크다. 1호점 ‘제네시스’엔 50여 명, 2호점 ‘아이스크림’은 20여 명이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네시스의 1층은 공용 주방, 세미나실, 커뮤니티 행사가 가능한 홀이 있는 공동 공간, 2층은 개방형‧폐쇄형으로 나뉘어진 사무실 공간, 옥상에는 유튜브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제네시스에 입주한 팀과 회사들은 거의 블록체인과 관련돼 있다. 카카오벤처스와 두나무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개발 업체 코드박스도 여기에 있다. 애초에 논스가 만들어진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기 때문이다. 논스는 역세권에 위치한 다른 공유 오피스와 달리 접근성이 낮은 장소에 위치해있다. 그럼에도 논스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 처음 30명 모집했을 때 200여 명이나 지원했다.
공동창업자 둘은 인기의 이유로 ‘사람 큐레이션’을 꼽았다. 논스에 입주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 실력 있는 사람들로 공간을 채워 사람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두 부류가 있어요. 진지하게 블록체인에 몰두하는 사람, 작년 폭등만 생각하고 이걸로 돈만 벌려는 사람. 인터뷰에서는 후자를 걸러내기 위한 절차입니다. 블록체인 업계가 아닌 분들도 있는데, 그분의 목표와 다양성, 도전정신, 오픈네트워크 등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갖고 있는지 등을 물어봐요. 1인당 1시간이나 걸리죠.”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보니 내부에선 교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스터디 모임은 물론이고 세미나, 파티 등도 자주 열린다. 문 씨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와 메커니즘을 공부하는 워크숍, 하 씨는 암호화폐 가치평가 모델링을 하는 스터디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논스에서 활동하는 다른 구성원들도 자체적으로 모임을 꾸리는 일이 다반사다.
앞으로도 논스의 이름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은 계속된다. 다만 블록체인 커뮤니티만으로는 만들지 않는다는 게 둘의 구상이다. 문 씨는 “무엇이든 공통의 관심사,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논스에서건 블록체인에서 나온 가치들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하 씨는 말했다. “탈중앙화, 다양성 등 블록체인의 가치들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장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게 없으면 저흰 이 사회의 미래가 없다고 봐요.”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스에서 만난 하시은씨(31)는 왜 이름이 논스인지 묻는 질문에 “우리가 겉으론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힘을 부여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라고 답했다. 논스를 공동창업한 문영훈씨(29)와 하시은씨는 공유 오피스의 이름도 블록체인에서 따올 정도로 블록체인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문 씨는 ‘국가기관 개입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화폐’라는 개념이 마음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경제학, 컴퓨터공학, 수학 이런 게 다 혼합돼 있는 재밌는 기술이었고, 다양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생태계 안에 있는 게 신기했다”는 설명이었다.
하 씨를 블록체인으로 이끈 것은 중국에서의 경험이었다. 그는 “독재 국가에서 감시받고 산 게 너무 싫었다”며 “영훈이가 블록체인에 대해서 하도 말하길래 비트코인 백서를 읽고, 이더리움 백서를 읽었는데 이게 내가 찾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7년 둘은 유튜브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해 아는 것을 다 풀어놓기로 결심했다. ‘블록체이너스’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논스의 시작이다. ‘썰’을 풀면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거나, 이걸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자고 얘기했다. 2명이 말 그대로 같이 살다가 메시지에 응답한 사람들이 늘어 지금은 식구가 25명까지 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같이 살 공간을 찾으러 다니다 셰어하우스 기업 ‘커먼타운’을 만나고 공유 오피스도 만들게 됐다.
같이 살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보니 논스는 공유 오피스치고 주거공간의 영역이 크다. 1호점 ‘제네시스’엔 50여 명, 2호점 ‘아이스크림’은 20여 명이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네시스의 1층은 공용 주방, 세미나실, 커뮤니티 행사가 가능한 홀이 있는 공동 공간, 2층은 개방형‧폐쇄형으로 나뉘어진 사무실 공간, 옥상에는 유튜브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제네시스에 입주한 팀과 회사들은 거의 블록체인과 관련돼 있다. 카카오벤처스와 두나무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개발 업체 코드박스도 여기에 있다. 애초에 논스가 만들어진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기 때문이다. 논스는 역세권에 위치한 다른 공유 오피스와 달리 접근성이 낮은 장소에 위치해있다. 그럼에도 논스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다. 처음 30명 모집했을 때 200여 명이나 지원했다.
공동창업자 둘은 인기의 이유로 ‘사람 큐레이션’을 꼽았다. 논스에 입주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 실력 있는 사람들로 공간을 채워 사람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두 부류가 있어요. 진지하게 블록체인에 몰두하는 사람, 작년 폭등만 생각하고 이걸로 돈만 벌려는 사람. 인터뷰에서는 후자를 걸러내기 위한 절차입니다. 블록체인 업계가 아닌 분들도 있는데, 그분의 목표와 다양성, 도전정신, 오픈네트워크 등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들을 갖고 있는지 등을 물어봐요. 1인당 1시간이나 걸리죠.”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보니 내부에선 교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스터디 모임은 물론이고 세미나, 파티 등도 자주 열린다. 문 씨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와 메커니즘을 공부하는 워크숍, 하 씨는 암호화폐 가치평가 모델링을 하는 스터디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논스에서 활동하는 다른 구성원들도 자체적으로 모임을 꾸리는 일이 다반사다.
앞으로도 논스의 이름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은 계속된다. 다만 블록체인 커뮤니티만으로는 만들지 않는다는 게 둘의 구상이다. 문 씨는 “무엇이든 공통의 관심사,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논스에서건 블록체인에서 나온 가치들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하 씨는 말했다. “탈중앙화, 다양성 등 블록체인의 가치들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장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게 없으면 저흰 이 사회의 미래가 없다고 봐요.”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