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에스컬레이드(사진)를 처음 접했을 땐 살짝 당황스러웠다. 육중한 차체와 22인치 알루미늄 휠은 위압감마저 들게 했다. 전장(길이) 5180㎜, 전폭(너비) 2045㎜, 전고(높이)가 1900㎜에 달해 수입차 가운데 몸집이 제일 크다. 겉모습만 보니 ‘기름 많이 먹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실제로 몰아 보니 달랐다. 예상밖으로 연료 효율이 높았다.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까지 500㎞가량 고루 달린 뒤 확인한 연비는 L당 9.1㎞였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6.8㎞다. 비결은 스스로 엔진 실린더를 제어하는 ‘능동형 연료관리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정속 주행 시 8개의 실린더 중 4개를 비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필요한 만큼만 힘을 써 기름 낭비를 줄인다. 여기에 연식 변경을 거치며 10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한 것도 한몫했다. 기어 단수가 높을수록 가속이 빠르고 연비는 좋은 장점이 있다. ‘덩치 크고 기름만 많이 먹는’ 기존 미국차의 고정관념을 깼다.

에스컬레이드의 또 다른 매력은 8기통 6.2L 자연흡기 엔진이다.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2.2㎏·m 성능을 내는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커다란 차체를 부드럽게 밀어붙였다. 무엇보다 자연흡기 방식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이 운전 재미를 더했다. 크지 않으면서 낮은 음역의 듣기 좋은 소리는 자꾸만 가속페달에 발을 얹게 했다. 이 밖에 후방카메라로 뒤를 보여주는 룸미러, 시트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햅틱 시트, 차선 변경 경고 기능, 보스 오디오 등도 눈길을 끌었다.

아쉬운 점은 인포테인먼트가 손에 익지 않는다는 것이다. 터치스크린 조작이 어렵고 잘 작동하지 않았다. 들어간 내비게이션은 화면 전환이 느리고 검색 편의성이 떨어졌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마다 허용된 높이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의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214대 팔렸다. 판매 가격은 1억2833만원이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편의 사양을 강화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