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물리학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공언한 대로 새로운 골프 규칙이 적용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대회에서 깃대를 꽂은 채 퍼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디섐보는 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의 카팔루아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18야드)에서 열린 2019년 PGA투어 첫 대회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650만달러) 1라운드에서 퍼팅 이득타수(SG 퍼팅) 3.868타를 기록해 이날 참가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성적도 좋았다. 그는 4언더파 69타를 적어냈고 선두 케빈 트웨이(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6위에 올랐다.

디섐보의 깃대 꽂고 퍼팅, 일단 성공적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필드 위 물리학도’로 불리는 디섐보는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경우에 따라 깃대를 뽑지 않고 홀 안에 둔 채 공으로 직접 (깃대를) 맞추는 퍼트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공이 충돌할 때 생기는 반발계수(COR)에 근거해 유리섬유 재질로 만들어진 깃대가 골프공과 부딪히면 홀에 들어갈 확률이 더 높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된 새 골프 규칙에 따라 선수들은 그린 위에서 홀에 꽂혀 있는 깃대를 공으로 맞춰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디섐보는 이날 6개의 버디를 낚아챘다. 그중 수차례 홀에 깃대를 꽂은 상태에서 퍼트했다. 단순히 그의 퍼트감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섐보는 깃대의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디섐보는 “깃대를 꽂고 퍼팅할 때 얻을 수 있는 유리함을 모두 누렸다”며 “특히 16번홀처럼 약간의 내리막 경사에 바람이 아래로 불고 있는 상황에서 깃대의 도움으로 공을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몇몇 홀에서 깃대를 뽑고 퍼트한 것에 대해선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는 건) 정말 상황에 따르다”며 “내 선택이 틀렸을 수도 있다. 만약 내 방법이 틀렸다고 느껴질 때가 온다면 그땐 원래대로 깃대를 뽑고 경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디섐보가 깃대를 홀에서 빼고 다시 꽂는 과정에서 경기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디섐보와 함께 경기한 더스틴 존슨(미국)은 “(디섐보의 퍼팅 상황이) 정말 이상했다”면서도 “경기 진행을 느리게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바뀐 골프 룰, 뚜껑 열어보니 ‘잠잠’

새해 적용된 규칙 변화에 ‘골프의 근간을 흔들 정도’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첫 대회의 첫 라운드는 별 탈 없이 끝났다. 앤드루 랜드리(미국)가 경기 도중 어깨 높이에서 공을 드롭하려다가 동료의 ‘외침’으로 상황을 모면한 것이 사건이라면 사건이었다.

새 규칙의 이점을 이용해 많은 선수가 피치 마크를 퍼터로 꾹꾹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존슨은 6번홀 해저드 경계선 밖 깊은 풀에 빠진 공을 치기 전 바닥에 클럽을 대고 마음껏 연습 스윙을 하기도 했다. 이전 규칙대로라면 벌타를 받는 상황이다. 상당수는 캐디 도움 없이 퍼팅 라인을 맞추기도 했다.

7언더파 66타를 적어낸 단독선두 트웨이의 뒤를 존슨과 저스틴 토머스, 게리 우들랜드(이상 미국)가 1타 차 공동 2위로 잇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는 더블보기 등을 범하며 3오버파 76타 공동 30위로 부진했다. 켑카는 이 대회에서 8위 이내에 들어야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재미동포 마이클 김이 2언더파 71타, 공동 16위로 순조로운 첫날을 보낸 반면 케빈 나는 라운드를 앞두고 손가락 부상으로 기권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