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037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가 한 해 동안 지속된 데다 연말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비(非)달러화 표시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외환보유액 4037억弗 '사상 최대'
한국은행은 작년 말 외환보유액이 11월 말보다 7억1000만달러 증가한 403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께 일시적으로 가파르게 하락한 경우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1년에 3000억달러, 지난해 6월에 400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10년 전이었던 2008년 12월의 2012억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1년간 외환보유액 증가 규모는 144억2000만달러로, 2017년의 181억7000만달러에 비하면 증가 폭은 축소됐다.

월별로 보면 작년 10월에 소폭 줄었다가 11, 12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약세로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를 제외한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은 31.9%를 차지한다.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산정한 달러화지수(DXY)는 작년 말 기준 96.40으로 전달보다 0.4% 하락했다. 반면 달러 대비 엔은 2.8% 뛰었고 유로는 0.4% 절상됐다.

자산별로 보면 유가증권(3796억달러)은 전월 대비 33억5000만달러 늘었고 예치금(137억3000만달러)은 27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은 1000만달러 늘어난 34억3000만달러, 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권(IMF포지션)은 1억4000만달러 증가한 21억4000만달러였다.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변동이 없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조617억달러로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1조2583억달러), 스위스(796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5041억달러), 러시아(4621억달러), 대만(4614억달러), 홍콩(4232억달러), 한국 순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