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원력 잃는 경제, 정책전환 서둘러야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서인지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많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미국 추가 금리인상, 수출을 떠받쳐온 반도체 가격지수 하락, 9개월째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실사지수(BSI) 등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에 탈진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폐업자 수가 2015년 79만 명에서 2018년 100만 명에 달했고, 개업 대비 폐업자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도 9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정책은 기업, 자영업자, 가계의 영업을 확대하기보다 수입을 줄이고 고정지출은 늘려 영업 및 재무 레버리지(위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그 결과 경제 복원력이 급속하게 손상돼 작은 위기에도 큰 위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인건비, 시설비, 세금·공과금, 연료비 등 영업비용과 채무증가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나면 필요 손익분기점 매출 규모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요즘처럼 교역 및 경제활동이 위축돼 생산량이 감소하고 매출이 부진할 경우 과도한 고정비 부담은 영업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심지어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기업, 가계의 영업 및 재무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으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2년간 30% 이상 상승) 및 주휴수당 반영 △주 52시간 근로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요금 인상(2017년 대비 2030년 47% 이상 상승 가능) △산업현장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와 사업주의 무한책임 및 징벌적 조항을 신설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공시율 조정에 따른 각종 보유세 인상 및 4대 보험료 인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의 앞길을 알기 어려운 때에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기보다 아는 곳까지 되돌아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높아진 위험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기 위해서는 고정적 지출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탈원전 정책 등을 재고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려 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2017년 1억원 이상 연봉소득자는 71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0.4% 늘었고, 금융소득 연 2000만원이 넘는 과세자 수는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나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의 소득 감소폭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컸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산길을 잃고 헤매는 아마추어 산행대장처럼 해서는 안 된다. 사회보장지출 및 공공일자리 확대 등의 조치는 민간 부문의 고용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 미래 먹거리산업 발굴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100년 전 막스 베버가 그의 책에서 설파한 것처럼 “정치인은 선한 동기에 바탕을 둔 신념 실현 그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결과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을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송나라 진록이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언급한 ‘작관십의(作官十宜)’란 글에 ‘백성의안(百姓宜安)’이 있다. ‘위정자는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