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에 '타격'…이달 중순 의회 승인투표 통과 전망 어두워
이달 중순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승인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집권 보수당 당원 중 3분의 2가량은 합의안보다는 차라리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택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4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는 경제사회연구협의회(ESRC) 의뢰를 받아 보수당원 1천215명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만약 국민투표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과 '노 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전체의 64%는 '노 딜'을, 29%는 합의안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EU 잔류를 포함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도 전체의 57%는 '노 딜'을, 23%는 합의안을, 15%는 EU 잔류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달 중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앞둔 메이 총리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 총리는 당초 지난달 11일 예정됐던 승인투표에서 합의안 부결이 확실시되자 이를 이달 셋째 주로 연기했다.

메이는 의회의 크리스마스 휴회기 동안 합의안 반대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보수당원들은 합의안 지지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하원은 오는 7일 휴회기를 마치고 재개된다.

이어 브렉시트 합의안 토론을 거친 뒤 셋째 주에 승인투표를 실시한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합의안 중 가장 문제 삼는 내용은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이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전장치' 종료에 필요한 '법적·정치적 확약'을 EU에 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EU 정상들과 '전화외교'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의 대변인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재협상되지 않을 것"이라며 융커 위원장이 영국 의회의 승인투표 이전에 메이 총리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역시 '안전장치' 방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3일 나이절 도즈 DUP 원내대표와 새미 윌슨 브렉시트 대변인을 총리관저 오찬에 초대했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역시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후속조치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각료들은 하원의원의 추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메이 총리가 구체적인 사퇴 일자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