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 극복해낸 입지전적 이력 눈길…변호사 출신 첫 행정처장
전두환 군사정권 심기 거스른 '반골 판사'…"김명수式 사법개혁 적임자"
조재연 대법관이 변호사 출신 첫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이기택 대법관과 이동원 대법관 등 정통 법관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일부 분석도 제기됐지만, 김 대법원장은 다양한 법조실무 능력과 경험을 갖춘 조 대법관을 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관은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고등학교 졸업 후 '주경야독'으로 법학을 공부해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부친을 따라 전국을 떠돌며 자란 조 대법관은 가정 형편 탓에 실업계인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74년 부친이 작고한 뒤 소년가장이 돼 한국은행에 고졸 행원으로 취업하고 방송통신대학에 다니며 법학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성균관대 법학과 야간부로 편입해 사법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여동생이 취업한 뒤로는 은행을 그만두고 고시에 몰두했다.

그 결과 1980년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독차지하던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조 대법관은 사법시험 합격 후 11년 간 판사로 재직했다.

198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했고 2년 뒤엔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이동한 뒤 당시 전두환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놓으며 '반골 판사'로 불렸다.

1985년 사회 고발적인 '민중달력'을 제작·배포한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자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며 기각했다.

국회 야당의원의 속기록을 '민주정치1'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사회과학 출판사 일월서각 대표가 즉심 재판에 끌려오자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1987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시절에는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 귀환한 어부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주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했다.

1993년 변호사로 개업한 조 변호사는 본사와 대리점 사이에 연대보증 자동 연장 약관 조항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끌어내는 등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힘썼다.

2013년에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대표변호사를 맡아 국내 10대 로펌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조 대법관의 법조경력은 법관 중심의 사법제도 개혁에서 벗어나 국민이 참여하는 사법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개혁포부와 맞아 떨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조 대법관의 법원행정처장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법원 내부에 한정된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사법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사상 처음으로 법원행정처장이 임명되자 변호사업계는 환영하고 나섰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4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한 조 대법관은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법조인으로 변협이 여러 차례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법제도 개혁을 완수할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조 대법관의 법원행정처장 취임식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개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