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재로 대규모 통신장애를 불러왔던 KT 아현국사처럼 중요통신시설임에도 개별 사업자에게 관리를 맡겨온 D급 통신시설이 8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 등급을 상향 조정해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재난 관리 실태 특별점검 실시 결과 주요 통신사업자의 통신국사 가운데 12곳이 등급 재조정을 받았다고 6일 발표했다.

점검 결과 주요 통신사들은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등급을 지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요통신시설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A급(수도권 등 광역권역), B급(광역시·도), C급(3개 이상 시·군·구), D급(단일 시·군·구)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A~C급 80곳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D급 835곳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KT 아현국사 화재를 계기로 통신시설 관리 개선 필요성이 거론됐다. 아현국사는 그동안 D급으로 분류됐지만 화재로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등 5개 이상 구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2주간 전국 중요통신시설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9개 통신시설 등급이 상향 조정됐고 3개 시설은 하향 조정됐다. KT 아현국사처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D급에서 상향 조정된 시설은 8곳이었다.

SK텔레콤의 전주사옥과 SK브로드밴드의 전주덕진국사는 각각 C급, D급에서 B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관할범위가 전북지역 전체라는 이유에서다. SK브로드밴드의 광주광산정보센터, 광주북구정보센터는 D급에서 C급으로 상향 명령을 받았다.

KT는 아현국사를 비롯해 홍성국사, 남천안국사 등급을 D급으로 해놨다가 이번 점검 결과 C급으로 상향됐다. LG유플러스는 관할범위가 종로구, 중구, 은평구, 마포구인 서울중앙국사를 D급으로 분류했다 C급으로 올리도록 지적받았다. 드림라인은 광주센터의 등급이 D급에서 C급으로 올라갔다.

등급이 낮춰진 국사들도 있었다. KT의 남수원국사는 시설 이전으로 대폭 축소됐음에도 A급을 유지하고 있다가 D급으로 하향하도록 했다. KT 전농사옥은 B급에서 C급으로 내려갔다. LG유플러스의 원주태장국사도 교환기 이전으로 서비스 지역이 축소돼 B급에서 C급으로 낮아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개 사업자에 대한 등급조정 시정조치를 통해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통신시설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중요통신시설 관리체계를 개선해 통신재난 대비태세를 공고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