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해명하기보다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이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인사에 불만을 제기한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냐는 질문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짧게 답했다.행사에 같이 안 온 이유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이날 위성호 은행장과 진옥동 차기 은행장은 선약으로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위 행장의 연임을 불허한 인사를 조 회장이 전격적으로 단행하자 위 행장은 '퇴출'이라는 표현과 함께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올해로 출범 120주년을 맞은 데다가 지주사 출범을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새해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지주사의 안정적인 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하면 M&A도 빨리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관심 있는 M&A 분야나 기업이 있는지, 롯데카드 인수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올 한해 어려움을 겪게 될 카드업계의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올 한해 어려울 것"이라며 "순이익이 1천500억∼1천6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19년 만에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허인 국민은행장 역시 말을 아꼈다.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딱히 발언을 남기지 않았다.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올 한해 잘 부탁드린다"는 말 외에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지난달말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96.01%에 달했다.예정대로 파업에 임할 경우 실행일은 이달 8일이다.KT&G 사장 교체 시도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청와대가 기업은행을 동원해 KT&G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연임 여부에 대해 "잘 해야죠. 글로벌도 키우고"라고 말을 아꼈다.올해 어떤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두느냐는 물음에 "리스크 (관리)"라고만 답했다./연합뉴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2019년에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나란히 ‘리딩금융그룹’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압도적인 금융그룹 1위로서 경쟁자와 초격차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자”고 했고, 조 회장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전진해 가자”고 맞섰다.“협업·쇄신으로 1위 이뤄야”윤 회장은 신한금융을 겨냥한 듯 2위와의 격차를 벌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시활보(高視闊步·높은 곳을 바라보며 성큼성큼 걷는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국민은행엔 압도적인 1위를, 증권 손해보험 카드계열사 등엔 업계 ‘톱티어’의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등을 꼽고 사업별로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조 회장은 조직, 채널, 인력, 상품 및 서비스 등을 통합한 ‘원(One) 신한’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은행과 비(非)은행,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조화롭게 성장하며 신한금융은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의 면모를 보여왔다”며 “일관된 전략으로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특히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글로벌투자금융(GIB), WM, 고유자산운용(GMS) 등에서 그룹 시너지를 더욱 발휘해야 한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려면 신한의 모든 것을 탈바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M&A가 1위 가를 듯현재로선 KB금융이 덩치(자산 규모)나 이익 모두 신한금융을 누르고 있어 ‘리딩금융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KB금융이 작년 1~3분기 거둔 순이익은 2조8688억원으로 신한금융(2조6434억원)보다 2254억원 더 많다. 총자산 역시 KB금융이 477조7000억원으로 신한금융(457조7000억원)보다 20조원가량 더 많다.하지만 신한금융이 작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신한금융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을 단순합산하면 총자산이 490조원으로 KB금융을 넘어선다. 조 회장은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은 업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그룹사와 협업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KB금융이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리딩금융그룹은 신한금융에 넘어갈 것이란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윤 회장은 이 때문에 M&A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국내 M&A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며 “동남아시아와 선진국 시장 ‘투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부문에서도 시장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두 금융그룹의 핵심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각 회장의 ‘리딩뱅크’ 전략을 뒷받침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속 가능한 초격차 KB’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고객 중심의 영업 인프라 강화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초격차 리딩뱅크’를 향해 디지털, 조직문화 등에서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일 "올해는 창도(創導)하는 신한'에 역점을 두고 그룹 전체의 창조적 실행력을 높여갈 것"이라며 "신한의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조 회장은 이날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시무식을 열어 "올해의 그룹 슬로건은 지난해와 동일한 '더 높은 시선(視線), 창도(創導)하는 신한'"이라고 밝혔다.2020 스마트 프로젝트(SMART Project)라는 일관된 전략 아래 올해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창도 신한을 달성하기 위해 조 회장은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확장(擴張), 쇄신(刷新), 선도(先導), 행복(幸福)이 바로 그것이다.조 회장은 "조직, 채널, 인력, 상품·서비스 등 모든 것을 원 신한(One Shinhan) 관점에서 통합해야 한다"며 "원 신한을 강력히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은 기존 그룹사와 긴밀히 협업해 신한의 강점인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어려운 경제·경영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쇄신'도 중요하다고 짚었다.그는 "조직 체계부터 시스템·프로세스, 상품·서비스까지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한다"며 "작년 말 세대교체를 위한 그룹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고, 앞으로도 능력있는 인재 중용, 외부인재 수혈, 여성리더 육성 등 그룹 차원의 쇄신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 포용적 금융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은 단순한 금융사를 넘어 고객과 기업, 사회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며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서민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가진 청년 창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올해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직무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무제 도입 △그룹사 교차발령 강화 △글로벌 인재 양성 및 그룹경영리더, 여성리더 풀(Pool) 확대 △불필요한 업무 제거 및 의사결정 구조 단순화를 실시할 계획이다.조 회장은 "직원의 행복이 긍정의 에너지를 낳고 이 에너지가 고객의 성장과 신한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행복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