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강남스타일’ 같은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이 저성장에서 탈피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얘기를 꺼냈다. 지난 4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자리에서다.

실러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다”며 “특히 강남스타일 같은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중요한 이정표이고 정말 멋졌다”며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러 교수는 ‘한국에선 창의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하자 “그게 바로 내가 강남스타일을 얘기한 이유”라고 했다. 강남스타일처럼 파격적인 걸 만들어내야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저성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충고였다.

실러 교수는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대해선 “급격한 전환”이라며 “지금 경제 상황에 대한 경보음”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모두가 경기하강을 우려하니까 증시가 떨어지는 자기실현적 예언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나라면 Fed가 지금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를 감안한) 실질 연방기금금리(명목기준금리-물가상승률)는 연 0.25%인 반면 역사적 평균은 연 1%가량”이라고 했다. 아직 기준금리 인상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Fed 입장이 매우 온건해졌다”며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해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게 봤다.

미국 주택경기에 대해선 “주택시장이 둔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침체에 빠지는 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러 교수는 경제학자이면서 금융시장과 주택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했고,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만들었다.

실러 교수는 이날 경제학회에선 ‘기술, 생산성, 성장과 일자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1811년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 이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 있었다”며 “특히 그런 우려는 불황기에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