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없는 정책 밀어붙인 리더십이 위기 극복 원동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9 미국경제학회
버냉키·폴슨·가이트너 '금융위기 10주년' 좌담회
대통령 용기가 위기극복 큰 역할
권한 내주고 지지층 반대 무릅쓴 부시·오바마 정부 치켜세워
10년전 있었던 리스크 없지만 최악의 시나리오 늘 대비해야
버냉키·폴슨·가이트너 '금융위기 10주년' 좌담회
대통령 용기가 위기극복 큰 역할
권한 내주고 지지층 반대 무릅쓴 부시·오바마 정부 치켜세워
10년전 있었던 리스크 없지만 최악의 시나리오 늘 대비해야
“멀리 보고 인기 없는 정책을 선택한 대통령들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한 ‘소방수 3인방’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당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말했다. 또 “비록 지금 위기 조짐을 찾기는 어렵지만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금융위기 10주년’ 좌담회에 함께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가이트너 전 총재는 2009년 1월 폴슨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재무장관도 지냈다.
“당분간 위기발생 가능성은 낮다”
버냉키 전 의장과 폴슨 전 장관은 당분간 제2의 금융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요즘 증시 변동성은 과거와 비교하면 별 게 아니다”며 “최근 불확실성을 반영해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범위 안에 있고 급락 원인을 따져봐도 10년 전에 봤던 그런 중대한 리스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 영역”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폴슨 전 장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지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면서 “그런 변화를 준비하는 탄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음 위기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그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취약성 평가) 등 위기 예방시스템은 10년 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Fed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위기 때 더 중요한 정치 리더십
가이트너 전 장관은 “납세자의 돈을 마구 쓴다는 정치적 비판 탓에 정부는 여전히 그림자금융 등에 자본을 확충해줄 권한이 없다”며 “그런 권한도 없이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운용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다.
폴슨 전 장관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적 인기를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은 ‘항상 당신이 책임자’라며 막대한 권한을 위임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의 연속성을 지켜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두 인기가 없는 일이었고 반대로 결정할 수 있었지만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뭉쳤고 그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가이트너 전 장관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항상 ‘어떤 정책이 최고일까’를 물으며 ‘그걸 가능하게 하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과 폴슨 전 장관은 위기의 도화선이었던 2008년 9월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초 베어스턴스처럼 막판까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했고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리먼을 구제했어도 위기는 찾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리먼뿐만 아니라 국영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까지 거의 모든 금융사에 문제가 있었고 위기 발생은 시간 문제였다는 의미다. 폴슨 전 장관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이 망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QE)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9년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경제지표를 보면 회복은 너무 느렸다”며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부양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폴슨 전 장관은 “양적완화 탓에 ‘자산 거품’ 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완벽한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소방수 3인방’은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 규모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며 “신용과 신뢰라는 측면을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애틀랜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한 ‘소방수 3인방’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당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말했다. 또 “비록 지금 위기 조짐을 찾기는 어렵지만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금융위기 10주년’ 좌담회에 함께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가이트너 전 총재는 2009년 1월 폴슨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재무장관도 지냈다.
“당분간 위기발생 가능성은 낮다”
버냉키 전 의장과 폴슨 전 장관은 당분간 제2의 금융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요즘 증시 변동성은 과거와 비교하면 별 게 아니다”며 “최근 불확실성을 반영해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범위 안에 있고 급락 원인을 따져봐도 10년 전에 봤던 그런 중대한 리스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 영역”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폴슨 전 장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지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면서 “그런 변화를 준비하는 탄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음 위기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그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취약성 평가) 등 위기 예방시스템은 10년 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Fed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위기 때 더 중요한 정치 리더십
가이트너 전 장관은 “납세자의 돈을 마구 쓴다는 정치적 비판 탓에 정부는 여전히 그림자금융 등에 자본을 확충해줄 권한이 없다”며 “그런 권한도 없이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운용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다.
폴슨 전 장관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적 인기를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은 ‘항상 당신이 책임자’라며 막대한 권한을 위임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의 연속성을 지켜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모두 인기가 없는 일이었고 반대로 결정할 수 있었지만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뭉쳤고 그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가이트너 전 장관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항상 ‘어떤 정책이 최고일까’를 물으며 ‘그걸 가능하게 하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과 폴슨 전 장관은 위기의 도화선이었던 2008년 9월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초 베어스턴스처럼 막판까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했고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리먼을 구제했어도 위기는 찾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리먼뿐만 아니라 국영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까지 거의 모든 금융사에 문제가 있었고 위기 발생은 시간 문제였다는 의미다. 폴슨 전 장관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이 망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QE)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9년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경제지표를 보면 회복은 너무 느렸다”며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부양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폴슨 전 장관은 “양적완화 탓에 ‘자산 거품’ 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완벽한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소방수 3인방’은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 규모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며 “신용과 신뢰라는 측면을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애틀랜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