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무 검토 없이 이념으로 했다" 고백한 靑 집무실 이전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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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장기 사업으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백지화했다. 소통 강화를 위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던 약속이 보안 등의 이유로 이행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유로 제시한 청와대 설명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대통령께서 실무적인 검토보다도 이념으로 광화문시대를 얘기했다.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유홍준 광화문시대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의 전언이다. 면밀한 사전검토나 타당성 점검 없이 ‘이념적 소신’으로 집무실 이전 공약을 했던 것인데, 막상 실상을 접해보니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실토한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비판을 무릅쓰고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결정을 존중하며, 이제라도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지지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모습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기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실무 검토 없이 이념으로’ 공약한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뿐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최저임금 급속 인상,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주문받고도 납기를 지킬 수 없게 하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시행과정에서 ‘졸속’과 ‘무리수’ 논란을 빚고 있는 정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서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한경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듯 임금은 성장의 결과다. 그럼에도 임금을 성장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급속 인상은 곳곳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재임 당시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실토한 데서 드러났듯, 이 정부의 정책들이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과속질주하고 있다는 섬뜩한 고백이 정권 내부에서 시시때때로 나올 정도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 선거공약이 된 데는 제대로 된 실무검토 없이 ‘이념’이 작동했음을 인정할 때가 됐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은 그런데도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를 들어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에는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도 있다. 대선공약이었음을 내세워 멀쩡한 기업들을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도록 몰아붙이는 정책과 법령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국내외 경제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세계 경제를 떠받쳐 온 두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반하락이 예고되면서 연초부터 거센 풍랑이 몰려오고 있다. 기업 등 시장참여자들을 밀어줘도 힘든 상황인데 덩치 큰 기업들은 ‘경제민주화’, 중소사업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대선공약에 날벼락을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집무실 이전보다 파장이 더 심대한 ‘시장경제 파괴’ 공약들에 대해서야말로 ‘제대로 된 검토를 생략한 선거용 이념상품’이었음을 시인하고 현실에 맞게 되돌리는 조치가 시급하다.
지난번 대선이 전직 대통령 파면으로 급히 치러졌던 만큼, 서둘러 마련한 공약들을 차분하게 점검하고 수정하거나, 아예 폐기하는 건 조금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공약’을 신성불가침이라도 되는 듯 고집하는 게 어리석은 짓임은 우리 역대 정부는 물론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 많은 나라에서도 입증됐다. 이념편향 오류를 인정하고 되돌려야 할 대선공약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만이 아니다.
이유로 제시한 청와대 설명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대통령께서 실무적인 검토보다도 이념으로 광화문시대를 얘기했다.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유홍준 광화문시대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의 전언이다. 면밀한 사전검토나 타당성 점검 없이 ‘이념적 소신’으로 집무실 이전 공약을 했던 것인데, 막상 실상을 접해보니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실토한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비판을 무릅쓰고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결정을 존중하며, 이제라도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음을 솔직하게 밝히고 지지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모습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기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실무 검토 없이 이념으로’ 공약한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뿐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최저임금 급속 인상,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주문받고도 납기를 지킬 수 없게 하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시행과정에서 ‘졸속’과 ‘무리수’ 논란을 빚고 있는 정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서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한경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듯 임금은 성장의 결과다. 그럼에도 임금을 성장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급속 인상은 곳곳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재임 당시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실토한 데서 드러났듯, 이 정부의 정책들이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과속질주하고 있다는 섬뜩한 고백이 정권 내부에서 시시때때로 나올 정도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 선거공약이 된 데는 제대로 된 실무검토 없이 ‘이념’이 작동했음을 인정할 때가 됐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은 그런데도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를 들어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에는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도 있다. 대선공약이었음을 내세워 멀쩡한 기업들을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도록 몰아붙이는 정책과 법령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국내외 경제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세계 경제를 떠받쳐 온 두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반하락이 예고되면서 연초부터 거센 풍랑이 몰려오고 있다. 기업 등 시장참여자들을 밀어줘도 힘든 상황인데 덩치 큰 기업들은 ‘경제민주화’, 중소사업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대선공약에 날벼락을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집무실 이전보다 파장이 더 심대한 ‘시장경제 파괴’ 공약들에 대해서야말로 ‘제대로 된 검토를 생략한 선거용 이념상품’이었음을 시인하고 현실에 맞게 되돌리는 조치가 시급하다.
지난번 대선이 전직 대통령 파면으로 급히 치러졌던 만큼, 서둘러 마련한 공약들을 차분하게 점검하고 수정하거나, 아예 폐기하는 건 조금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공약’을 신성불가침이라도 되는 듯 고집하는 게 어리석은 짓임은 우리 역대 정부는 물론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 많은 나라에서도 입증됐다. 이념편향 오류를 인정하고 되돌려야 할 대선공약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