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 글로벌리스 (12)] 이미지가 국가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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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두 번째 부인 폼페이아가 간통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카이사르는 조사해 보지도 않고 그녀와 이혼했다. 이혼 사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카이사르의 아내는 추호도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로마를 호령했던 그도 자신의 이미지와 평판에는 세심하게 신경 썼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도 좋은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경제 세계화 시대에 세계인은 브랜드가 좋은 기업이나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가치 중 부동산, 생산 설비 등 장부 가치와 브랜드 등 비(非)장부 가치의 비중은 30 대 70 정도다. 비장부 가치 비중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국가 브랜드도 중요하다. 국가 브랜드란 세계인들이 특정 국가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 신뢰도 인지도 등 유·무형 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국가 브랜드는 돈으로 직결된다. 저평가된 국가의 상품, 서비스와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 관광산업과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미지에 불과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스위스: 아름다운 알프스의 나라. 시계 등 초정밀 기계와 생명과학이 발달한 나라. 자국 제품에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라고 표기할 만큼 스위스 메이드 자체를 브랜드로 정착한 나라.
캐나다: 메이플 시럽, 패딩 외에도 높은 삶의 질과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나라.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이민자의 나라.
독일: 세계 4위의 경제대국. 자동차, 항공기 등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엔지니어의 나라.
2018년 US뉴스가 발표한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국가의 이미지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한국은 조사 대상 80개국 중 22위였다. 2017년 조사에서도 23위에 그쳤다.
돈으로 직결되는 국가 브랜드
필자는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국가 위상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세계인의 눈에 한국은 분단, 빈곤, 독재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다. 그 후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자 평가가 달라졌다. 1988년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과 2018년 동계올림픽은 한국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도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경성 국력(hard power)에 상응하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상당수 외국인은 삼성, 현대, LG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분단국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정치·사회적 불안, 관광지로서의 매력 부족 등은 한국이 저평가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간과 함께 국가의 이미지도 바뀐다.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표시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저품질의 독일 직물로부터 영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품질 개선을 위해 독일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오늘날에는 품질과 신뢰를 상징하게 됐다.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값싸고 품질이 조악한 상품을 의미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로봇, 반도체, 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제조업 강국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지 개선, 모두 함께해야
문제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사람의 인식은 변화에 느리게 반응한다. 2014년 스페인 대사로 부임한 필자는 중·고교 사회, 역사, 지리 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6·25의 참화를 겪은 빈곤국’,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독재국가’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술 때문이었다. 필자는 미래 세대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신념하에 스페인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3년여 노력 끝에 큰 성과를 거뒀다. 역사적·객관적 오류가 대부분 시정됐고 한국 발전상에 대한 기술도 확대됐다. 또 동해가 일본해와 함께 병기됐다. 스페인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긴밀한 중남미에서도 교과서를 수정하는 파급효과도 거뒀다.
우리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다이내믹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스파클링 코리아’ 등 슬로건과 로고도 수차례 바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이미지는 한국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부 외에도 기업, 시민단체와 국민 모두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한 나라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복합적이다. 문화, 경제적 능력, 국제 기여도, 법치, 청렴도, 인권 등 모든 것이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국가 브랜드 개선 노력이 밖이 아니라 안, 남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도 좋은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경제 세계화 시대에 세계인은 브랜드가 좋은 기업이나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가치 중 부동산, 생산 설비 등 장부 가치와 브랜드 등 비(非)장부 가치의 비중은 30 대 70 정도다. 비장부 가치 비중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국가 브랜드도 중요하다. 국가 브랜드란 세계인들이 특정 국가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 신뢰도 인지도 등 유·무형 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국가 브랜드는 돈으로 직결된다. 저평가된 국가의 상품, 서비스와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 관광산업과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미지에 불과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스위스: 아름다운 알프스의 나라. 시계 등 초정밀 기계와 생명과학이 발달한 나라. 자국 제품에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라고 표기할 만큼 스위스 메이드 자체를 브랜드로 정착한 나라.
캐나다: 메이플 시럽, 패딩 외에도 높은 삶의 질과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나라.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이민자의 나라.
독일: 세계 4위의 경제대국. 자동차, 항공기 등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엔지니어의 나라.
2018년 US뉴스가 발표한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국가의 이미지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한국은 조사 대상 80개국 중 22위였다. 2017년 조사에서도 23위에 그쳤다.
돈으로 직결되는 국가 브랜드
필자는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국가 위상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세계인의 눈에 한국은 분단, 빈곤, 독재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다. 그 후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자 평가가 달라졌다. 1988년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과 2018년 동계올림픽은 한국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도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경성 국력(hard power)에 상응하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상당수 외국인은 삼성, 현대, LG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분단국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정치·사회적 불안, 관광지로서의 매력 부족 등은 한국이 저평가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간과 함께 국가의 이미지도 바뀐다.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표시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저품질의 독일 직물로부터 영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품질 개선을 위해 독일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오늘날에는 품질과 신뢰를 상징하게 됐다.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값싸고 품질이 조악한 상품을 의미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로봇, 반도체, 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제조업 강국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지 개선, 모두 함께해야
문제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사람의 인식은 변화에 느리게 반응한다. 2014년 스페인 대사로 부임한 필자는 중·고교 사회, 역사, 지리 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6·25의 참화를 겪은 빈곤국’,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독재국가’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술 때문이었다. 필자는 미래 세대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신념하에 스페인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3년여 노력 끝에 큰 성과를 거뒀다. 역사적·객관적 오류가 대부분 시정됐고 한국 발전상에 대한 기술도 확대됐다. 또 동해가 일본해와 함께 병기됐다. 스페인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긴밀한 중남미에서도 교과서를 수정하는 파급효과도 거뒀다.
우리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다이내믹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스파클링 코리아’ 등 슬로건과 로고도 수차례 바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이미지는 한국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부 외에도 기업, 시민단체와 국민 모두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한 나라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복합적이다. 문화, 경제적 능력, 국제 기여도, 법치, 청렴도, 인권 등 모든 것이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국가 브랜드 개선 노력이 밖이 아니라 안, 남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