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910억달러(약 213조원) 규모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면서 중국을 앞섰다. 일본이 해외 M&A에서 중국을 앞선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1000여 건 이상의 해외 기업을 인수했다. 다케다약품공업이 약 65조원을 들여 아일랜드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한 데 이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 경영권을 사들이는 등 초대형 M&A가 잇따라 성사됐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1054억달러(약 118조원) 수준으로 일본에 크게 못 미쳤다.

일본은 최근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이 축소되고, 경기도 눈에 띄게 살아나지 않는 탓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각국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 가치가 올라간 점도 주요 일본 대기업들의 기업 사냥에 힘을 보탰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이다. 고이치로 도이 JP모간 일본 M&A 본부장은 “업계 경력 20년을 통틀어 지난해가 가장 바쁜 해였다”며 “많은 일본 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이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도 활발하게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225지수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3년 전보다 29% 증가한 892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한다. 시장에 나온 매물도 충분하고 글로벌 증시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낮은 상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사업을 매각하고 있고, 중국 HNA그룹과 안방보험도 해외 자산을 매물로 내놨다.

한편 중국의 지난해 해외 M&A 규모는 대폭 감소했다. 시장정보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투자는 2017년 약 1367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054억달러로 줄어들었다. 2018년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는 2년 전인 2016년에 비해 94.6%나 감소했으며, 액수로는 553억달러에서 3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방위 갈등을 벌인 탓이다. 미국 외에도 독일 등 각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기술탈취 문제 등을 지적하며 중국의 투자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