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파블로 피카소 '무용'
스페인 남부 말라가 출신인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세 번째 여인이자 첫 번째 부인 올가 호흘로바를 만난 건 1917년쯤이다. 러시아 장성의 딸인 올가는 당시 프랑스 문인 장 콕토의 발레 ‘퍼레이드’에 출연한, 고전미를 지닌 귀족 느낌의 발레리나였다. 가난뱅이 화가 피카소는 올가의 도움으로 고급 사교계에 진출해 야생마같이 자유로운 ‘끼’를 발산한다. 올가와 결혼한 뒤 아들 파울로를 낳고 가정에 충실한 듯했으나, 부부관계는 점차 소원해졌다. 피카소는 올가의 발레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1925년 올가와의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았을 때 제작한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17세기 초현실주의 미학을 응용한 걸작이다. 긴장감 속에 고통과 환희가 결합돼 있다. 중앙에 수직으로 팔을 뻗은 발레리나와 두 명의 무용수를 극단적 형태로 변형해 조형화했다. 다소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는 안무와 색채감, 향기, 음악 등까지 아울렀다. 무용수의 사지는 분리되고 얼굴 윤곽선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곳곳에 악몽과 괴물 같은 모습이 보인다.

끔찍한 표정들, 빳빳한 털처럼 일어선 머리카락, 쇠못처럼 생긴 손가락 등이 비례와 균형감을 무시하면서도 운동감을 더 강조해 풍부한 역동성을 살려냈다. 불에 타 일그러지듯 왜곡된 무용수들의 육체는 화려한 색채와 만나 빛줄기처럼 발현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