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동조합은 7일 저녁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수천 명의 조합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7일 저녁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수천 명의 조합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8년여 만의 국민은행 노동조합 파업 여부가 8일 새벽께나 결론 날 전망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7일 저녁 6시께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됐다”고 선언하고 8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밤 11시께부터 사측과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밤샘 협상에 들어가긴 하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금융계에선 국민은행 노조가 3100만 명의 고객을 볼모로 파업 협박을 벌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다면 고객의 실망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측 대폭 양보에도 합의 불발

허 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6일 오후 7시부터 7일 새벽 4시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다. 이어 오전 11시30분부터 다시 협상에 나섰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주요 쟁점에서 상당 폭 양보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고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협상은 타결이 안 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오후 6시께 “2018 임단협이 최종 결렬돼 8일 1차 경고성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허 행장은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급 규모와 관련해 노조 측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보로금과 누락된 시간외수당 등을 합쳐 통상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허 행장은 또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확대 방안도 철회했다. 그는 “노조와 앞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은 또 창구직원 등 사무직군(L0)에 대해서도 5.2%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 행장은 “L0 직원에 대한 대우 개선도 전향적으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허 행장은 하지만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에 대해선 “KB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노조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직급에 관계없이 1년을 일률적으로 늦추자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부장(지점장)과 팀장·팀원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자고 맞서고 있다. 허 행장은 “지금의 갈등이 파업을 통해 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노조 밤샘 집회 이어가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 합의 여부가 파업을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시작했다. 체육관에 오후 7시30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노조원들이 집결했다. 오후 11시께는 충청·강원권 노조원이 합류하면서 체육관에 마련된 총 8000석 가운데 6000석이 채워졌다. 노조는 지방에서 출발한 노조원들이 새벽에 도착하면 자리를 전부 메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파업을 막아보려 사측과 협상을 지속했으나 사측이 파업으로 등을 떠밀었다”면서도 “사측과 재협상 의지가 있고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의 변화가 없으면 이달 30일, 다음달 1일 등 총 네 차례 더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이번 파업을 위해 130여 대의 전세버스를 동원했으며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강원권 등의 노조원도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파업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파업이 일어나면 직원을 국민은행에 즉각 파견해 소비자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안상미/강경민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