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역대 최장 기록으로 치닫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대치로 시작된 셧다운은 16일째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장벽을 짓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우리는 지금 국가 비상상황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주말에 만나 관련 사항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으며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그의 발언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지도부의 오후 담판을 앞두고 시작됐다. 양측은 전날 2시간 30분간 협상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다시 마주앉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뭔가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다. 그러면서 "오는 7~9일 매우 진지한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메릴랜드에 있는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로 이동해 참모진과 셧다운 대책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계획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에 휩싸였다.

민주당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CBS방송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원 군사위원장에 내정된 같은 당 애덤 스미스(워싱턴) 의원도 ABC방송에서 "과연 비상사태는 어디에 있느냐면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리처드 셀비(앨라배마) 상원의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힘이 있다.그러나 장벽 건설은 올바른 방법, 즉 의회 입법(예산안 처리)을 통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50억 달러 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 3일 개원한 새 의회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단 한 푼도 배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방송된 CBS뉴스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그는 정부를 닫고 장벽을 건설하고자 할 뿐 아니라 의회도 폐지해서 오직 자기 목소리만 중요하게 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연방정부가 가장 오랫동안 셧다운으로 문을 닫은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1995년 12월 16일부터 이듬해 1월 5일까지 21일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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