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한미군사훈련중단·평화체제 구축 못 박으려는 듯
북미정상회담 논의 본격화…北 '대미요구' 의제화 주력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해 연일 미국에 제재 완화와 한반도 평화지대화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한이 속도를 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상응 조치 선행을 의제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북미 양국이 현재 2차 정상회담 장소를 협상하고 있고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며 "그들은 정말로 만나고 싶어하고 우리도 만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윗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신년사에서 2차 정상회담에 기대를 나타낸 김 위원장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다시 친서를 보내며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도 새해 들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은 미국을 향해 상응 조치를 요구하며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노동신문은 7일 논설에서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은 민족에게 주어진 과제라며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전쟁 장비 반입중단을 촉구했다.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북과 남은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으로 이어놓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정상회담 논의 본격화…北 '대미요구' 의제화 주력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북남 사이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는 발언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종전선언을 필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선언한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매체들은 비핵화와 관련, 이미 충분한 선제 조치를 한 만큼 제재 완화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는 이날 "우리 공화국은 과분할 만큼 미국에 선의와 아량을 베풀었다"며 "이제는 미국이 행동할 차례이니 공화국의 성의 있는 노력에 미국이 상응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신년 첫 남북 및 대미 관련 논평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훼방을 놓는다며 "미국이 조미 대화 마당에 나섰으나 우리와의 좋은 관계, 새로운 관계구축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의 핵을 빼앗고 굴복시키자는 흉심만 꽉 차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대북제재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제재 완화 등 태도 변화를 재차 요구한 셈이다.

이런 논조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확언하면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면서도,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논의 본격화…北 '대미요구' 의제화 주력
더욱이 북미 양국 최고지도자의 의지가 확실함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북한 매체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2차 회담의 의제로 만들려고 하는 속내가 읽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제재 완화와 한미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같은 자신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2차 회담의 의제로 삼아 상응한 조치를 끌어내려는 기 싸움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이벤트 형식의 만남이 아닌, 실익이 있는 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북한의 속내를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2일 "미국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재재 만능론과 그 변종인 속도조절론에서 벗어나 2019년의 사업계획을 옳게 세운다면 2차 조미수뇌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선점을 위해 기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유익한 결과를 얻어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